“동아-조선 까불지 말라”…이해찬총리 취중 발언 논란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37분


유럽을 순방 중인 이해찬(李海瓚·사진) 국무총리가 18일 밤(현지시간) 술을 마신 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19일 연합뉴스와 동행 취재 중인 기자들에 따르면 이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특파원 및 동행 기자들과 가진 만찬간담회에서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은 용서해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동아와 조선의 역사에 대한 반역죄는 용서 못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아 조선은 내 손안에 있다”며 “동아 조선이 나라를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동아 조선이 나라를 흔들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동아 조선은 더 이상 까불지 말라”는 표현까지 썼다.

당시 이 총리는 호텔 객실에서 양주 1병과 맥주를 시켜 현지 국내 언론 특파원 4명, 수행원 5, 6명 등과 폭탄주를 마셨으나 많이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음은 이 총리의 발언 요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을 흔들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조선과 동아는 정권을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철저하게 싸울 것이다. 조선 동아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조선 동아는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한 야당을 할 것이다. 조선 동아는 내 손아귀에서 논다. 나는 조선과 동아의 비판을 왼손으로 쳐내면서, 보수언론의 논리를 왼손으로 격파하면서 앞으로 간다. 나는 절대로 조선 동아와는 인터뷰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권력인 척하는데 권력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논조에 우리 정부는 놀아나지 않는다. 이 정권을 사회주의 정부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우리는 사회주의 정권이 아니다. 우리를 사회주의로 몰고 가려 하지만 우리 정권은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중도우파다. 우리 정부는 시장경제체제 아래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 LG칼텍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그때 누가 좌파정권이라고 했나. 원칙적으로 해결했다. 서울지하철 파업 때도 원칙적으로 했는데 좌파정권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 한나라당식 대로 하면 북한에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정권이 붕괴돼야 하지만 우리는 북한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 박정희가 중화학공업 존중해서 발전시켰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조선과 동아가 나와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려고 하지만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조선과 동아가 흔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조선일보가 심지어 정부인사권까지 영향력을 미치던 시대가 있었지만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 밤의 대통령 시대는 끝났다. 조선일보는 국민을 호도하고 국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는 조선일보를 유심히 본다. 물론 대통령은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한번도 역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사를 쓴 적이 없다. 조선일보가 역사에 무슨 기여를 했나. 박정희 시대에 안기부(중앙정보부를 잘못 말함) 정보를 받아 특종을 했지만 무슨 기여를 했나. 전두환 노태우는 용납할 수 있지만 조선일보의 행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왜 (비난에서) 뺐느냐”는 동행 기자의 질문에 이 총리는 “중앙일보는 역사의 흐름에서 가닥을 잡고, 중심을 잡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총리실 직원들의 만류로 자리를 피하면서도 “조선 동아 지가 권력인줄 알아, 지가 뭔데 나라를 흔들어”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참석자들은 ‘국무총리가 해외순방길에 국내 언론사와의 갈등을 표출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였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이 총리를 동행 취재한 인터넷신문 이데일리가 당시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한편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폭탄주를 든 자리에서 총리가 비판언론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하고 언론을 권력실세의 손바닥 안에 있는 조약돌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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