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 하이라이트…노련한 국면 운영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7시 59분


조훈현 9단을 이기고 본선 1회전을 통과한 윤준상 3단은 승자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유창혁 9단을 만났다. 이 대국 무렵, 유 9단은 부인을 잃은 아픔을 딛고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바둑은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좌상귀의 모양은 요즘 유행하는 정석. 백 10때 유창혁 9단은 흑 11의 신수를 들고 나왔다. 참고 1도의 진행에 불만을 가진 유 9단의 변화구다.

윤 3단은 기다렸다는 듯 제대로 맞받아친다.

백 16이 급소. 백 22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흑의 응수가 곤란하다.

유 9단은 여기서 어물쩍거리다 백에게 큰 곳을 빼앗기면 안 된다고 보고 좌상귀 대마를 방치한 채 21, 23으로 실리를 챙긴다.

흑이 배짱을 부린 것이다. 그러나 윤 3단은 성급하게 칼을 뽑지 않았다. 섣부른 공격은 흑을 도와 줄 수 있기 때문.

백 24, 26으로 좌하귀에서 패를 유도한 게 멋진 작전이었다. 흑이 패를 피하기 위해 33의 곳으로 물러서도 백은 34의 곳에 이단 젖히기로 똑같은 모양의 패를 만들 수 있다. 이 패가 강력한 것은 우상 흑대마를 위협하는 수가 모두 팻감이기 때문.

우선 백 36으로 달리는 수가 매끄럽고, 40으로 두드리는 수도 통쾌하다.

흑은 쓸 만한 팻감이 없다. 참고 2도 흑 1처럼 버티는 수는 백 8로 둘 때 응수가 없다. 흑 45로 머리를 내밀어 대마를 탈출시키는 수준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다.

백은 유유히 손을 돌려 48을 두면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패를 이겼다.

백 16부터 48까지는 윤 3단의 국면 운영 능력이 정상급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 준다. 흑은 이후 공세를 폈지만 백의 철벽 수비에 막혔다. 백의 완승국. 32…24, 35…29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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