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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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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그동안 주사위 카드 체스 미로찾기 등 각종 게임과 물구나무서기 인형놀이 불꽃놀이 등 일상적 놀이 뒤에 숨은 원리를 활용한 미학 작품들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과거 같으면 한심하다고 치부되거나 기껏해야 주변부에 머물렀을 오락과, 고상함을 대표하는 예술을 같이 놓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야말로 큰 변화지요. 앞으로도 미학의 영역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게 저의 주된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는 당초 20여가지 놀이에 대한 글을 구상했다. 그러나 신문이라는 제한된 지면에 싣기 어려워 포기한 주제도 많았다.
대표적인 주제가 세로로 읽어도 뜻이 통하고 가로로 읽어도 뜻이 통하도록 하는 아크로스티콘과 알파벳 철자의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아나그램 같은 놀이다.
그는 이처럼 신문에 미처 싣지 못한 주제들을 보완해 12월경 책을 펴낼 계획이다.
“신문에는 아무래도 논리성을 중시하는 선형 구조의 글쓰기가 불가피하지만 책으로 옮길 때는 텍스트와 텍스트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비선형적 몽타주 식 글쓰기가 가능하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각각의 놀이에 대한 글이 다시 다른 놀이에 대한 글과 연결되는 십자말 퍼즐 구조의 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을 중계하는 ‘미디어의 미학’을 계속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놀이를 구성하는 장난감도 결국 그 미디어의 하나인 셈이다.
“휴대전화를 보세요. 과거에는 통화라는 청각기능만 필요했지만 지금은 카메라 같은 시각적 요소가 중요해졌고 혈압 측정까지 가능해진다고 하잖아요.
이런 미디어의 확장은 주체를 해체시키고 새로운 인간형을 낳고 있습니다. 제 관심은 바로 그 새로운 시대의 미학입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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