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2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서울문화재단(대표 유인촌)이 최근 도봉구 창동에 개관한 이동식 공연장인 ‘서울열린극장-창동’을 찾았다.
지하철 4호선 창동 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로 접근성은 좋은 편. 그러나 지하철역 내 어디에도 극장 가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어 불편했다.
1번 출구로 나와서 길을 따라 걸으니 ‘서울열린극장-창동’의 파란색, 노란색, 흰색 천막이 나타났다.
17일 막을 올린 첫 개관 공연은 극단 미추의 ‘정글이야기’. 서울문화재단측은 “유년기 자녀를 둔 30, 40대 부부 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가족 뮤지컬을 첫 공연작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가격도 일반 공연장보다 다소 낮춘 1만5000원, 2만원.
로비에 들어서니 시멘트 냄새가 여전히 희미하게 풍겼다.
‘천막극장’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유랑극단 텐트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총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냉난방 시설, 샤워실, 분장실, 놀이방,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다. 이 중 가장 시설이 잘된 것은 화장실. 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을 만큼 수가 충분하다. 여자 화장실을 늘리는 요즘 공연장 흐름에 맞춰 이 극장의 여성용 변기 수는 30개. 남성 변기와의 비율은 3 대 1이다.
로비 한쪽에는 팝콘 등을 파는 매점이 있지만 관객 대부분이 음료 등을 집에서 준비해 와 한산했다. 18일 하루 매점 매출액은 6만원에 그쳤다.
극장 안에 들어서니 대학로의 여느 소극장보다 훨씬 높은 천장(23m)이 시원한 느낌을 줬다. 오후 3시. 공연이 시작됐다. ‘정글이야기’는 원래 300석 규모 소극장용 뮤지컬이지만 무대를 넓게 쓴 덕분에 중극장 규모인 천막극장에서도 어색하지 않았다. 내용상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볼 만한 작품이지만 유치원 또래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훨씬 더 많았다. 어린 아이들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호랑이다” “늑대 나왔다” 하며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이 극장의 단점은 객석의 경사도. 앞좌석과의 높이 차이가 거의 없어 시야를 가렸다. 일부 아이들은 아예 의자 등받이에 걸터앉아서 봤고, 어른들도 고개를 좌우로 꺾어 가며 틈새를 찾아야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에어컨이 내는 소음. ‘웅∼’ 하는 소리가 공연 내내 들려 귀에 거슬렸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과 어린이 관객의 기념촬영 자리가 마련됐다. 1회 3000원.
일곱 살배기 딸에게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아내와 함께 왔다는 김진호씨(36·노원구 하계동)는 “그동안 아이에게 공연을 보여주려면 강남의 예술의 전당이나 성북동의 삼청각까지 가야 했는데 가까운 곳에 극장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02-747-5161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