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낙동강 비경따라 협곡열차 ‘굽이굽이’

  • 입력 2004년 9월 9일 16시 24분


사라져가는 정선선 꼬마열차가 아쉽다면 낙동강 줄기를 따라 태백선과 영동선이 이어지는 낙동강 협곡열차가 있다. 역시 2, 3칸짜리 꼬마열차로 차창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그야말로 절경이다.

출발지는 낙동강이 발원하는 태백시다. 대개는 황지연못이 발원지인줄 알지만 최장 발원지는 태백과 정선을 잇는 두문동재 고개 중턱의 금대봉 아래 산기슭이다.

낙동강 협곡은 낙동강 상류 협곡지형의 오지를 통과하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추전역(강원 태백시)∼춘양역(경북 봉화군) 구간을 지칭한 것.

출발지 추전역(태백선)은 해발 855m로 한국 철도역 중 가장 높다. 오전 9시 정각. 역 앞 정암터널을 빠져나온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선다. 제천 발(오전 6시40분) 영주 행(오전 11시34분 도착) 무궁화호다. 이 터널은 최근 슬치터널(전라선·6128m)이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최장(길이 4505m)이었다.

이 구간에서는 4월 KTX 개통 전까지만 해도 통일호가 운행됐다. 두세 칸짜리 서민용이었지만 객실은 쾌적했다. 에어컨도 있고 시트도 깔끔했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촌로다.

9시1분 추전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1683호는 황지천을 따라 태백 문곡 두 역을 지난 후 열차는 잠시 강과 이별한다. 황지천 물은 바위를 뚫고 구문소로 흐르지만 철로는 산을 돌아 백산역으로 우회, 철암역으로 향한다. 철암역에 이르면 비로소 황지 철암 두 물줄기가 만나 낙동강이라는 이름이 된다.

야적 석탄더미가 산을 이룬 철암역 다음은 동점역이다. 역 앞 물은 강의 때깔이 완연하다. 수없이 다리를 건너며 달리는 열차. 강은 차창 좌우를 부지런히 오간다. 석포역에 도착하니 강폭이 넓다. 석포리천과 석개천이 가세한 덕분이다.

석포역 이남은 경북 봉화군. 앞으로 지날 승부 분천 현동 세 역은 낙동강협곡열차여행(총 1시간45분)의 백미 구간이다. 아직 도로가 없어 이 곳의 ‘비경’을 보려면 기차를 타야만 볼 수 있다.

승부역 지난 열차는 좁은 계곡을 파고들더니 폐교가 보이는 강변의 밭 한가운데 섰다. 양원 임시승강장이다. 마을이름은 원곡인데 일제가 강을 울진과 봉화 두 군의 경계로 삼아 둘로 나누는 바람에 양쪽의 원곡, 즉 양원이라 불리게 됐단다.

낙동강은 분천에 이르자 비로소 넓고 유려한 흐름을 보인다. 모래사장이 나타나는 것도 예서부터다. 현동역은 강과 산기슭의 좁은 틈에 겨우 비켜 선 조그만 강변 역이다.

현동역을 지나면 강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임기 녹동을 지나 춘양역까지. 춘양역에서 역무원에게 ‘억지 춘양’의 출현배경을 묻자 역에 보관된 일지를 펼쳐 보여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철도 부설(1955년)시 자유당 원내총무가 방전(춘양면 입구 삼거리)으로 직선 설계된 것을 춘양 시내로 변경시켰다는 설이 있음.’ 계획된 철도 노선을 억지로 우회시켰다는 것이다.

○ 여행정보

◇찾아 가기 △낙동강 최장 발원지 ‘너덜 샘’=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 고속도로∼남제천 나들목(IC)∼지방도 597호선∼제천∼국도 38호선∼영월∼석항∼예미∼신동∼문곡∼사북∼고한(강원랜드 카지노)∼두문동재∼2.2km 왼편 공터. 식수대물이 발원지에서 취수한 물이다. △춘양(경북 봉화군)=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풍기 나들목(IC)∼국도 5호선(영주)∼국도 36호선∼봉화∼춘양 △추전역=고한∼두문동재∼추전역. 033-553-8550

◇낙동강 협곡열차 여행=제천↔강릉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 한다. 강 풍경 감상에 좋은 열차 편은 오전 9시1분 추전역 출발편과 오전 6시57분 춘양역 출발편 뿐이다. 열차는 낙동강 협곡 구간(승부∼양원∼분천∼현동)을 포함해 모든 역에 정차. 열차 시각은 봉화 군청(bonghwa.go.kr) 혹은 철도청(www.korail.go.kr) 참조.

태백 봉화=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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