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림픽 축제 속으로]서울-아테네 주요 문화행사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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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씨 작 '에기나 섬의 언덕'(2004년). 현지 풍경에 영감을 얻어 그린 작가는 '강화도 크기만 한 그리스의 에기나 섬은 과거와 현재가 시공을 초월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녹아들어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안창홍씨 작 '에기나 섬의 언덕'(2004년). 현지 풍경에 영감을 얻어 그린 작가는 '강화도 크기만 한 그리스의 에기나 섬은 과거와 현재가 시공을 초월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녹아들어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 서울-신화·영웅 동방여행

《그리스 아테네를 흔히 서양문명의 젖줄이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태동했고 올림픽이 처음 열린 곳이니 과장이 아니다. 그뿐이랴. 서양문학에서 영감의 젖줄이 되어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와 ‘일리아드’, 헤로도토스에서 시작된 역사학,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진 철학, 여기에 신화와 서양미술의 원천이 바로 그리스다.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미술작품을 통해 그리스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들이 열린다. 그리스를 현지 답사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그리스인의 손으로 제작된 조각품을 통해 그리스를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그리스 화필기행전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 작가 13명이 미술사학자 노성두씨와 함께 4월 그리스 고대 유적들을 답사한 뒤 완성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가들은 각자 유적지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80여점을 출품한다.

그리스신화를 토대로 테라코타 조각을 선보인 조각가 김봉준씨의 '피레네의 우는 여인'(2004년). -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참여 작가는 김봉준 김성호 김홍주 박병춘 박은선 안창홍 양대원 이강화 이만수 이종빈 정정엽 최민화 홍성담씨 등이다. 작품의 주제는 신화, 영웅, 스포츠, 종교, 죽음, 연극, 건축 등 매우 다채롭다.

조각가 김봉준씨는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한 ‘평화 살림 신상’이라는 테라코타 조각을, 조각가 이종빈씨는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괴물 켄타우루스의 형상을 입체 조형물로 보여준다. 안씨와 최씨는 지중해를 끼고 있는 에기나 섬의 투명한 풍경을 그렸다.

홍씨는 한국 고대설화와 그리스신화를 한데 엮은 대작 ‘바리데기, 아테나를 만나다’를, 김홍주씨는 ‘포세이돈의 분노’에서 푸른 원형의 반추상적 형상을 만들어 냈다. 이밖에 박은선은 신화 속에 나타난 그리스의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을, 양대원은 그리스 국기, 신전, 인체들이 조합된 스포츠 이미지들을 선보인다. 이강화는 아크로폴리스 둘레에 피어있는 양귀비꽃의 황홀함을 화폭에 담았다.

12일∼9월 19일 서울 사비나미술관. 전시기간 중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02-736-4371

▷ 그리스 이미지전

한국 그리스 정교회가 소장해 온 그리스 조각품 23점과 사진작가 엘리엇 포터가 찍은 그리스 사진들이 전시된다. 올림픽에 때맞춰 ‘아포베츠 경기장에서의 운동선수 훈련 모습’ ‘체육장에서 씨름 또는 하키를 하는 젊은이들’ ‘전차경주’ ‘헤르메스와 요정들’ 등 건강한 몸의 경연을 보여주는 부조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또 그리스 비극 가면과 마라톤 청년, 알렉산더 대왕, 호메로스 두상도 눈길을 끈다. 전시 사진 중에는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첫 근대올림픽 관련 자료들도 포함된다.

12일∼9월 8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북스. 02-737-3283

▷ 그리스 사진전

사진작가 이성필씨가 그리스 곳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다. 목사이기도 한 작가는 초기 교회와 종교개혁의 발자취 등 기독교 유적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고린도 교회, 사도요한이 계시를 받은 밧모 섬, 바울이 설교했다는 그리스 정교회의 모습 등도 볼 수 있다. 아울러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메인스타디움 등 올림픽과 관련한 사진들, 파르테논 같은 신전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띈다.

12∼18일 서울 신설동 진흥아트홀. 02-2230-5170, 5183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아테네 시내 중심가 힐튼 호텔 앞에 설치된 '달리는 사람'을 형상화한 유리조각. 올림픽 조각전의 큐레이터인 코스타스 파루초스의 작품이다. - 사진제공 이성필씨

◆ 아테네-제우스와 예술 향연

《그리스는 이번 하계 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원전 5세기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 등 역사의 현장을 문화올림픽의 살아 있는 무대로 삼겠다는 것이 아테네시의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의 여파로 올림픽의 테러 방지를 위한 비용이 당초 계획의 4배에 이르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생겼다. 부득이 세계적 작가들의 조각전이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다. 올림픽 기간 중 아테네에서 펼쳐지는 주요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 아테네 축전

뉴 에이지 음악가 야니 등이 공연한 곳으로 유명한 아크로폴리스의 헤로데스 음악당을 비롯해 200여개의 야외 공연장, 신타그마, 옴모니아 광장, 아카데미아 등 시내 중심부에서 시민과 방문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민주정치를 꽃피웠던 고대 아테네인들이 자유롭게 참여했던 판아테나이아 제전 행렬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국내외 화가, 조각가, 음악가, 무용가 등 600여명의 예술가가 거리축제를 펼치고 실내외 전시회를 연다.

고대 희비극들이 극장 무대에서 공연되고 춤, 재즈, 팝, 민속음악 등 현대 공연들은 야외로 나선다. 거리축제는 더위를 피해 주로 오후 9시부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광장과 거리 곳곳에서 펼쳐진다. 세계 36개국에서 참가한 공연팀이 700여회의 공연을 가질 예정.

한국의 문화사절단이 이끄는 안성 남사당패의 줄타기, 다이내믹 코리아의 힙합댄스, 아리코리아의 사물놀이 등도 거리축제의 하나로 17회 공연을 갖는다. 모든 공연은 무료.

▶ 조각전

‘모든 예술을 길거리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올림픽 조각전이 열린다. 국내 작가 박석원씨의 작품을 비롯해 그리스 조각가 80여명의 작품이 거리 곳곳에 설치된다. 한편 아테네 국립미술관에서는 로댕, 부르델, 자코메티, 헨리 무어까지 근대 조각사 주역들의 작품전이 열려 관심을 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로 그리스를 대표하는 문학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 동아일보 자료사진

▶ 니코스 카잔차키스전

그리스 대표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회가 31일까지 크레타 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으로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탐구한 ‘그리스인 조르바’(1965년) 등의 작품을 남겼다. 전시회에는 그가 생전에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 손때 묻은 원고와 책상 등이 전시된다.

▶ 피카소전

아테네 동쪽 안드로스 섬에서는 9월 26일까지 피카소 전시회가 열린다. 피카소는 생전에 그리스와 인연이 없었으나 올림픽 개막을 기념해 파리의 피카소미술관이 116개 작품을 대여했다.

아테네 베누키 미술관에서 10월17일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21세기까지’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열린다. 고대 그리스의 속옷부터 겉옷인 히마티온(왼쪽 어깨에 걸쳐 몸에 두르는 옷), 페플로스(여성용 긴 옷)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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