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감성시대/할리퀸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은…

  • 입력 2004년 8월 5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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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 로맨스 소설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던 이유는 보수적인 남성 우위 구도 때문이다.

린 그레이엄, 페니 조던, 샬럿 램 등 할리퀸 로맨스 소설의 대모격 작가들은 청순하고 연약한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에게 복종해 사랑을 얻는 스토리를 주로 다룬다. ‘여자 팔자는 남자 만나기 나름’이라는 그릇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순정 만화 여주인공들이 주로 캔디처럼 귀엽고 씩씩하다면, 이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남자의 보호 본능을 유발하는 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10대들이 읽기에 수위가 높은 애정 묘사가 자주 등장해 ‘청소년들에게 비교육적’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할리퀸 로맨스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묘사 코드는 다음과 같다.

▼남자 주인공▼

―외모:구릿빛의 탄탄한 허벅지, 굳은 의지를 보여 주는 턱선, 풍성한 가슴털.

―패션:이탈리아제 수제화, 최고급 시계, 아르마니 슈트 또는 트위드 재킷과 코르덴 바지.

―직업: 세계적 체인을 보유한 굴지의 재벌, 변호사, 목장주.

▼여자 주인공▼

-외모: 실크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파이어빛 눈동자, 풍만한 가슴, 진주빛 살결.

―패션:투명 메이크업, 남자의 체크무늬 셔츠 입기, 할머니가 물려주신 보석 액세서리.

―직업:비서, 무직 등. 요리와 청소에 능숙.

▼소품▼

와인잔, 조지아 양식의 저택, 붉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훈제 연어와 샌드위치.

▼상황▼

“당신의 아이를 가진 게 무척 기뻐요.”

‘그녀는 저항했지만 항상 그렇듯 욕망이 그녀를 덮쳐 왔다.’

‘응접실과 안방에는 항상 싱싱한 꽃을 꽂아 두어야 하고, 그의 침대 옆 테이블과 거실에는 과일을 놓아야 해요.’

‘미래의 상사가 될 수도 있는 사람과는 절대 동침하지 마라. 하지만 유혹에 넘어간다면 반드시 우아하게 하라.’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도리언 켈리, 캐럴 모타머, 낸시 워런 등 젊은 작가들은 남녀 관계에서도 여자가 주도권을 갖는 구도를 그려 낸다. 여자들의 직업도 비행기 조종사, 변호사 등 진취적으로 바뀌었으며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다. 한번쯤 부모 몰래 읽었으되 비난의 대상이었던 추억의 할리퀸 로맨스도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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