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인터넷 미술동호회 ‘色’… ‘도시·락(樂)’展

  • 입력 2004년 8월 1일 18시 02분


전시장에 모인 ‘색동호회’ 회원들. 8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미술 동호회원들은 여름휴가까지 반납하고 작업과 전시에 매달렸다. 이들의 그림에선 낮에는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밤이나 주말에 짬을 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특유의 열정과 신선함이 느껴진다. -허문명기자
전시장에 모인 ‘색동호회’ 회원들. 8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미술 동호회원들은 여름휴가까지 반납하고 작업과 전시에 매달렸다. 이들의 그림에선 낮에는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밤이나 주말에 짬을 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특유의 열정과 신선함이 느껴진다. -허문명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인사동 인사갤러리 지하전시장. 유명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줄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낸 ‘작가들’이었다.

이들은 인터넷 미술동호회 ‘색‘(色·SAC·Space And Color·http://sac.new21.org)’ 회원들. 온라인 동호회로는 드물게 8년의 연륜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신나는 어울림 전’ ‘색다른 미술사랑 전’ ‘색(色) 동(同) 공(空) 감(感)’전 ‘속닥전’ 등의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

올해 주제는 ‘도시·락(樂)’(도시를 즐기자는 뜻). 도시를 언젠가 떠나야 할 곳이 아니라 생활의 터전으로 표현해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다. 회화 조소 설치 사진 분야에서 29명이 작품을 냈다.

회원들은 10∼40대에 걸쳐 있으며 학생, 교사, 경영컨설턴트, 회사원, 주부, 스튜어디스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직장인들은 전시회 준비 때문에 월차를 내거나 여름휴가까지 끌어 썼다.

기량은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낮에는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밤이나 새벽시간, 주말에 짬을 내 좋아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래서 이들의 화폭엔 ‘순수’와 ‘부끄러움’의 흔적이 담겨 있어 신선함을 더해 준다.

‘도시인들의 익명성’을 한지에 빛이 스며드는 모습으로 표현한 이병일씨(33)는 광고회사 직원.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 동호회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갤러리는 무조건 돈 내고 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감히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미술 초보였다”며 “회원들과 전시장을 다니고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하면서 급기야 입시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을 넘나드는 동호회 회원들은 논문 자료와 미술계 소식을 교환하면서 매월 미술 실기나 이론 스터디 모임을 갖는가 하면 스케치 여행도 함께 다닌다.

창단 멤버인 강융이씨(41·미술학원장)는 “미술교육에 관심이 많아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회원들을 만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며 “미술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미술반에서 활동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술과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김병길씨(43·회사원)는 “마흔 넘어 그림을 한번 그려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미술은 영혼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미술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업작가들도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유리공예가 최범진(37) 안혜경씨(35) 부부는 “작업실에만 있다 보니 활동영역이 좁아지고 자칫 대중과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며 “생업에 매진하면서 짬을 내 순수하게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색’의 홈페이지 운영자 박송원씨(32·경영컨설턴트)는 “미술 하면 돈이 많이 들거나 어렵게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편견일 뿐”이라며 “미술 감상이야말로 돈도 많이 들지 않고 침묵의 세계 속에서 느림과 관조의 미학,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감동 등일석다조의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전시회는 3일까지 계속된다. 02-735-265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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