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作-연출 ‘택시 드리벌’서 정재영-강성진 2교대로 핸들 잡

  • 입력 2004년 7월 12일 17시 27분


‘택시 드리벌’의 세 남자 정재영 장진 강성진씨(왼쪽부터). 장진씨는 “관객들이 거대한 도시 속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자 두 배우는 “예전 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이훈구기자
‘택시 드리벌’의 세 남자 정재영 장진 강성진씨(왼쪽부터). 장진씨는 “관객들이 거대한 도시 속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자 두 배우는 “예전 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이훈구기자
택시 안에서 세상이 더 잘 보인다.

연극 ‘택시 드리벌’(장진 작 연출)은 택시기사 장덕배의 눈으로 팍팍한 우리네 삶을 들여다본 도시소극(笑劇)이다. 1997년 최민식, 2000년 권해효 주연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검증받은 장진씨의 흥행 대표작. 연극과 영화를 통해 독특한 자기브랜드를 구축해온 장씨는 ‘연극열전’ 시리즈(80년대의 연극 중 화제작만을 모은 공연)의 아홉 번째 순서로 16일부터 대학로에서 다시 이 공연의 시동을 건다. ‘실미도’에서 열연했던 서른네 살 동갑내기 배우 정재영, 강성진이 2교대로 운전대를 맡는다.

최근 대학로 연습장을 찾았을 때 정씨는 조폭 승객들에게 한참 시달리는 중이었다. 가락동에서 잠실, 공항으로 하루 종일 승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노총각 덕배의 소시민적 일상. 세태풍자와 재치 있는 대사, 실연녀부터 실향민까지 인간군상의 희비극이 상황극으로 펼쳐지면서 연습장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지금 여기 없는 사랑을 꿈꾸는 덕배의 순정은 짠한 페이소스의 여운을 남겼다.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습이 끝나자 배우들은 진이 다 빠져 보였다. 근처 삼겹살 집에서 열린 회식자리에서 덕배와 조금씩 닮은 세 남자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독백체로 정리했다.

● 순수의 사랑을 믿는 남자-장진

‘택시 드리블’은 누가 덕배를 맡느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된다. 배우가 가진 본성, 색채가 작품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덕배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재영이는 서울예대 1년 후배로 연극동아리 때 만나 영화 ‘아는 여자’까지 많은 작업을 함께 해왔고, 성진씨는 야구 등 운동을 하면서 친해진 사이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힘이 좌우하는 연극이다. 덕배의 경우 2시간 동안 등장 퇴장이 없어 거의 죽는다(웃음).

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대중을 무시하지 않고 가야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오만한 생각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을 이 시대가 공감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내 연극의 주제는 도시와 낭만.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 낭만과 행복을 찾아주고 싶다.

● 따뜻한 세상이 그리운 남자-정재영

연극은 트릭을 부릴 수 없다. 나 자신의 모든 한계가 까발려진다. 특히 덕배는 배우라면 일생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캐럭터다. 나약하면서도 너무도 인간적인 덕배 역은 힘들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잃어버린 사랑을 추억하는 끝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연극은 현실이 아닌 가짜인데도 그 안에서 진짜가 된 느낌이다. 박수나 환호 보다 그 맛에 배우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성진이는 덕배와 가장 흡사한 인물인 것 같다. 연기를 하지 않고 가만있어도 덕배 같이 보이는 것 같다.

● 외로움을 아는 남자-강성진

재영이야말로 강원도에서 올라온 황소 같은 덕배의 모습이다. 내가 도시의 때가 묻은, 뺀질거리는 덕배라면 그는 우직하고 멋진 덕배다.

감독님과는 첫 작업인데 그동안 사람을 잘못 알고 있었구나 생각했다(웃음). 연기로 출발해서 그런지 배우의 심리를 너무 잘 알고 아주 명쾌한 지시를 한다. 열린 마음을 가진 배우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재영이랑 나는 서로 경쟁이나,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베스트를 뽑아낼 거다.

16일∼8월29일 화∼금 7시반 토일 4시반 7시반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술홀. 1만5000∼3만5000원. 02-762-0010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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