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 입력 2004년 7월 2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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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헬렌 매카시 지음/283쪽 1만5000원 인디북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일본의 월트 디즈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를 ‘애니메이션계의 구로사와 아키라’라고 말하고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64).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애니메이터들의 우상이자 신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등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의 ‘고전’이 됐다. 2년 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마침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인 금곰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는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전문가 헬렌 매카시가 쓴 이 책은 미야자키의 성장 과정,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 과정,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매카시는 미야자키와 그의 작품 세계를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냉정히 평가했다기보다는 ‘열혈팬’의 시각에서 그와 그의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열심히 ‘전도’하는 쪽에 가깝다.

명문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미야자키는 졸업 후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그림을 채워 넣는 동화(動(화,획)) 애니메이터로 출발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시작했기에 그는 지금도 애니메이션 공정 도중 잘못된 장면의 수정 작업을 직접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 될 수 있었다. 이미 수없이 그의 작품을 보았을 마니아들에게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고 환경친화적인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분석 이나 자세한 줄거리 및 등장인물의 성격까지 설명한 책의 내용이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마니아들이라면 미야자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전투기 ‘지브리’를 따서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거나, ‘미래 소년 코난’부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까지 그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비행기와 증기기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언급한 저자의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그의 큰아버지가 비행기회사의 주인이었으며, 이런 사실이 그의 작품 속의 비행(飛行)과 창공의 이미지와 연결된다는 것까지 지적해 낼지 모른다.

하지만 마니아가 아닌 애니메이션에 초보적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은 미야자키를 이해하고 그의 대표작들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내가 ‘이웃집 토토로’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하는 것이다. 미야자키 작품이 상영되는 극장에 가거나 그의 작품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뒤 조용히 앉아 마법이 시작되기를 기다려라.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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