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세계 50개국 4만2000km ‘자전거 대장정’윤옥환씨

  • 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21분


윤옥환씨는 “내년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주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올여름쯤 프랑스로 떠나 현지에서 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강병기기자
윤옥환씨는 “내년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주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올여름쯤 프랑스로 떠나 현지에서 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강병기기자
“몸 상태가 안 좋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시죠.”

2001년 9월 러시아 동부 루치고르스크의 한 병원에서 눈을 뜬 윤옥환(尹鈺煥·40)씨는 의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그해 7월 중국에서 출발해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했으나 러시아 국경을 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한국으로 후송됐지만, 그 뒤 1년의 요양기간이 끝나자 2002년 9월 다시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최근 그는 세계 50여개국, 4만2000km의 세계일주 여정을 끝냈다. 하루 평균 12시간, 200km씩 내달려 중국→동남아→중동→북부아프리카→유럽→캐나다→호주→일본을 돌았다.

자전거로 세계를 돌면서 잊지 못할 추억도 많았다. 태국에서는 교통경찰관에게 길을 묻다가 사소한 오해로 ‘공무집행 방해죄’에 걸려 사흘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튀니지에서는 중국 베트남 등을 거쳐 온 전력 때문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로 오인 받아 입국이 거부될 뻔했다.

그의 ‘자전거 인생’은 1998년 시작됐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일본 무역회사의 한국사무소장 자리를 그만두고 전문 자전거 경주인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의 최종 목표는 세계 최고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나가는 것. 아시아인 중에는 완주한 사람이 드물 정도로 힘든 경주이기 때문에 더욱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세계일주를 하다 보니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자전거 문화에서 뚜렷하게 알 수 있더라”고 말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가장 잘 된 나라로 덴마크를 꼽았다.

자전거 세계일주를 마친 솔직한 느낌은 어떨까.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를 달릴 때만 해도 감동이 밀려 왔지요. 그런데 중반 이후 유럽에 들어서자 나라들이 비슷하고 전용도로가 너무 잘 뚫려 있어서 조금씩 지겨워졌습니다. 호주쯤 오니까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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