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스님, 태평양 요트 횡단 성공

  • 입력 2004년 5월 9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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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왕오천축국전?

지명 스님, 태평양 요트 횡단 성공

전 법주사 주지 지명(之鳴)스님이 일행 5명과 함께 요트를 타고 64일간 1만2800㎞의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1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한 스님 일행은 하와이와 일본 오이타(大分)를 거쳐 8일 오후 1시 부산항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무사히 입항했다.

지명스님은 1984년 만들어진 길이 15m, 무게 15t의 중고 요트인 '바라밀다호'에 목숨을 맡긴 채 재미교포인 세인(世忍)스님과 지명스님 후원회 여신도 4명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이들은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도(求道)의 길을 찾고자 도전에 나섰지만 하와이와 오이타에 도착해서는 불사(佛事)와 요트수리 등을 위해 56일 정도는 항해를 못했다.

나이가 50~60대인 이들에게 항해는 고행 그 자체였다. 끼니는 누룽지나 컵라면 등으로 하루에 한 두 끼로 해결하고 그나마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굶기가 예사였다.

지명스님은 "강풍과 집 채 만한 파도를 만나면서 생과 사를 넘나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세인스님은 "통일신라 때 혜초 스님이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돌면서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듯이 태평양을 넘는 구도항해를 통해 '신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고 항해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계획을 기획하고 성사시킨 지명스님은 세수 56세로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해 미국 템플대 종교학과에서 철학박사를 받았으며 청계사와 법주사 주지를 지냈다.

이번 태평양 횡단에 쓰인 바라밀다호는 앞으로 서해안 섬 지방의 포교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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