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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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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의 시대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한글 서예족자 한 점이 40여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40×184cm 크기의 이 족자는 미국 하와이대 글렌 페이지 명예교수(76)가 1960년대 초 고(故) 이상은(李相殷) 고려대 교수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 독특한 문체에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이담주’라는 서명과 함께 낙관이 찍혀 있다.
페이지 교수는 현재 하와이에 있는 세계평화연구소의 소장. 4·19혁명 당시 서울대 행정대학원 자문교수로 한국에 체류 중이었다. 이 교수와는 학술 교류를 하며 막역한 친분을 쌓은 사이.
이 교수는 60년 4월 25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전국의 대학교수 259명이 시국선언을 할 때 앞장섰던 인물. 당시 성명 초고를 작성했으며, 4·25교수단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61년 페이지 교수가 한국을 떠나게 되자 “불굴의 4·19정신을 세계에 알려 달라”며 족자를 선물했다. 페이지 교수는 이 족자를 40년 넘게 소중히 보관해 오다 이번에 국제정치학회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서 고려대에 기증한 것.
고려대 관계자는 “현재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진 이담주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며 “충분히 역사적 가치를 지닌 만큼 고려대 100주년역사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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