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도청 대형 조각품 ‘애물단지’로 전락

  • 입력 2004년 4월 27일 21시 50분


“궂은일이 자꾸 생기고, 보기에도 흉하다고 해서….”

경남도가 최근 도청 정원의 좋은 위치에 설치했던 대형 조각품 ‘대(對·Contra)’를 6개월 만에 구석진 곳으로 옮겨 논란을 빚고 있다.

높이 2m의 브론즈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머리 부분을 형상화 해 마주보도록 한 이 작품이 행인들에게 불쾌한 인상을 줄 뿐 아니라 가끔 놀라는 경우까지 있다는 게 이전의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일어난 관청 주위의 여러 불상사가 이 작품과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가의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22일 김봉곤(金奉坤) 도의회 의장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12월 김혁규(金爀珪) 도지사와 이덕영(李德英) 정무부지사가 중도사임한 데 이어 3월에는 배한성(裵漢星) 창원시장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했기 때문.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국내외 작가 12명이 참가한 가운데 7억원의 사업비로 ‘경남도립 미술관 조각공원 조성 심포지엄’을 열어 작품 대를 비롯해 당시 제작된 12점의 조각품을 도청과 도경찰청, 도의회 주변 정원에 설치했다.

작가 상명대 김종호 교수는 “이 작품은 동 서양인이 서로를 응시하며 무언(無言)의 교통을 하는 가운데 내면세계의 공통적인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작품의 이슈와 표현영역을 이해하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이유로 설치 장소를 바꿨다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일부에서 민원을 제기해 적당한 위치로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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