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키덜트? 루키즘?…서울시립미술관 ‘SeMA 2004’展

  • 입력 2004년 4월 2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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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작 ‘진달래 맨’
이송작 ‘진달래 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5월 9일까지 열리는 ‘SeMA(Selected eMerging Artists) 2004’전은 이 시대 젊은 예술가들이 선별하고 분류한 우리 시대 문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전시다. 41명의 젊은 작가들이 평면, 사진, 영상, 설치 등에 88점을 출품한 이번 전시는 미술관측이 작가 발굴과 함께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현상을 점검해 본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기획한 것.

전시회 기획자들이 선택한 문화코드는 소비게임, 성인들의 아동취향을 뜻하는 ‘키덜트’(Kidult·Kid+Adult의 합성어)’,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 혼자 놀기, 황당 혹은 엽기를 환기시켜주는 ‘이식(移植)’ 등의 6개. 전시장을 둘러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세상인식을 미술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복잡다단하고 어려운 현실을 단순하고 말랑말랑하게 변모시키는 예술적 힘을 느낄 수 있다.

1회용 종이접시와 종이컵을 탑처럼 쌓아 올린 ‘한 번만 쓰세요’나 방 전체를 쇼핑백으로 도배한 ‘쇼핑 쇼핑 쇼핑’은 현대인의 소비충동을 표현했다. 작가 자신의 얼굴을 천수보살 얼굴로 대체시키고 보살의 손에 일상생활용품들을 들린 ‘생활십일면천수관음도’, 십장생을 싸구려 혼합재료로 표현한 ‘장생도’는 전통을 보는 젊은이들의 패러디로 읽힌다.

이 밖에 피임약 껍질로 만든 ‘피임약 아기’, ‘날 즈려밟고 가라’는 듯 계단 위에 진달래꽃을 흩뿌려 놓아 납작 엎드린 남자 처럼 보이게 한 ‘진달래 맨’ 등은 제도나 현실의 틈새를 찾아 상상력이 숨쉴 공간을 만들어 내는 도발성을 엿보게 한다. 02-2124-880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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