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오류 ‘소수파 유권자 침묵’ 과소평가가 원인

  • 입력 2004년 4월 16일 2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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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방송 3사는 15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 시작한 개표 방송에서 투표소 출구조사 등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총 172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되는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방송사 관계자들은 모든 개표가 마감된 뒤 ‘당선 확실’로 예측한 후보가 ‘낙선’으로 뒤바뀐 선거구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데 대해 “대체로 선전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KBS SBS의 합동조사에서 ‘당선 확실’로 예측했다가 경합을 보인 지역구가 13곳, 반대로 경합으로 예측했다가 1, 2위 표차가 크게 벌어진 ‘당선 확실’로 드러난 선거구가 4곳이어서 여론조사방법론상의 정확도는 더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MBC도 ‘당선 확실’ 예측에서 경합으로 바뀐 지역이 18곳, 반대로 경합에서 ‘당선 확실’로 드러난 지역이 6곳이었다. ▶표 참조

방송사들은 16일 총선 예측보도가 개표 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나자 사과 방송을 했다. 이번 조사에 KBS와 SBS(공동조사)는 35억여원을, MBC는 30억여원을 들였다.

▽왜 오류가 여당에 편향됐나=KBS, SBS는 열린우리당의 예상 의석수를 실제보다 20석 많은 172석으로 예측했다. 두 방송사는 특히 ‘당선 판정’을 하기 어려운 경합 지역의 1위를 열린우리당 예상 의석수로 간주함으로써 여당 수를 높게 잡는 오류를 범했다. MBC도 경합지역 내 1, 2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당락(當落)이 뒤바뀐 7개 선거구 중 6곳을 열린우리당 당선으로 예측했다. 이런 양상은 접전 지역이 많았던 수도권에서 심했다.

조성겸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의 오류는 양당에서 비슷한 비율로 나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오류가 한쪽으로 쏠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순규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은 이에 대해 “수도권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젊은 층의 참가가 높다는 전례를 감안해 투표율 증가분을 열린우리당에 유리하게 해석했는데 이게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MBC는 9∼14일 세 차례의 전화 조사와 15일 오전 11시까지 진행된 출구조사에서 여당의 예상 의석수를 150석가량으로 예측했으나 오후 들어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예상 의석수를 상향 조정했다.

▽예측 방해 요인들=방송사 예측 조사에서 대부분 틀린 의석은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소수파 유권자들의 침묵이나 새로운 정당의 출현, 지역이외 새 변수의 등장이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소수파에 속한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응답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처럼 숨은 표가 2∼3%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영남 이외의 선거구에서 지역주의적 투표 행태가 줄어든 점도 예측을 어렵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나선미 동아일보 여론조사 전문위원은 “예전에는 출신 지역이라는 변수의 비중이 커서 이를 근거로 투표 성향을 예측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져 지역주의를 대체하는 변수의 비중을 높여야 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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