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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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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종교학과 길희성(吉熙星·61) 교수가 4일부터 6월 6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45분 서울 강남청소년회관 강당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주제로 10차례 무료 강의를 갖는다. ‘열반과 하느님의 나라’ ‘공(空)과 하느님’ ‘보살 예수’ 등 파격적인 강의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기독교는 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을 믿는 종교입니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기독교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예수가 누구이고 하느님이 누구인지’를 묻는 기독론에선 아직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전통 신학에서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를 가리킨다. 그러나 길 교수는 예수를 ‘무아(無我)적 자비를 실천한 보살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런 기독론으로도 신앙고백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일반인들은 대개 하느님을 하늘에 존재하는 대상으로 파악하는 인격신관(人格神觀)을 갖고 있지만 신학적으론 논란이 많다. 길 교수는 인격신관을 불교의 정수인 ‘공(空)’ 사상을 도입해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를 불교에 다 내주자는 뜻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서구에선 이미 현대신학과 불교의 만남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유일신, 초자연적 기적, 인격신관 등 많은 현대신학의 한계를 불교를 통해 돌파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기독교가 처음부터 존재한 종교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상과 이론을 흡수하며 발전해 온 종교라고 강조했다. 즉, 유대교의 한 지파에 불과했던 기독교가 그리스 로마문화와 접하면서 체험 종교에서 ‘신학’을 가진 종교로 발전해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고, 또 진화론 우주탄생론 등 자연과학의 도전을 받아 변화를 겪었다는 설명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기독교와 동양 종교의 만남은 또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런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종교간의 대화와 이해를 위해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는 작업은 의미가 있습니다. 기독교와 불교의 가치는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어요.”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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