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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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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리허설에는 나비부인 역의 소프라노 안토니아 치프로네와 야마자키 미나타스카, 핑커튼 역의 테너 마리오 말라니니 등 주요 배역이 교대로 출연했다. 그다지 지명도가 높지 않은 성악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풍성한 인력 풀에서 뽑아낸 출연진의 기량은 대체로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2, 4일 일본 소프라노 야마자키는 지난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된 야외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왕자의 시녀 류 역으로 출연했다. 당시 기자는 리뷰에서 “야마자키는 완벽한 음색 연기와 무대 연기, 고음의 피아니시모의 탁월한 처리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썼다. 유럽 무대에서 ‘나비부인’으로 각광받아 온 그는 이날 리허설에서도 기대에 충분히 답했다. 1막 ‘사랑의 2중창’에서 유연하게 흐르는 피아니시모의 음색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자살 직전 부르는 아리아 ‘안녕 아가야’에서 꼿꼿한 포르티시모 역시 인상적이었다.
야마자키와 짝을 이루는 핑커튼 역의 테너 오르페오 차네티는 원래 정해진 출연진이 나오지 못해 교체 투입됐으나 망외(望外)의 소득으로 꼽을 만했다. 볼륨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유연한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들에 비해 3, 5일 출연 예정인 소프라노 치프로네와 테너 말라니니는 이날의 인상만으로 볼 때는 열세였다. 말라니니는 공연을 하루 앞둔 만큼 목을 아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비부인’은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 전면을 장식한 수많은 생화(生花)는 ‘물량으로 압도한다’는 느낌도 주긴 했지만 휘황하게 달아오르는 기다림의 절절함을 멋지게 표현해 주었다. 하지만 무대 배경이 화투의 공산(空山)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조로움으로 일관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원래 1, 2막의 배경 변화가 없는 오페라인 만큼 무대의 잔잔한 소품 활용이 중시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5일까지 계속된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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