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제자들의 ‘부모님 칭찬일기’ 책으로 엮은 김상복씨

  • 입력 2004년 3월 28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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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일기를 주제로 책을 쓴 인천 검단중학교 김상복 교사.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칭찬일기를 주제로 책을 쓴 인천 검단중학교 김상복 교사.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인천 검단중학교 김상복 교사(46)는 2년 전 20년 가까이 도덕과목을 가르치다 보니 자신은 매너리즘에 빠졌고 학생들은 식상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부모님 칭찬하기’ 프로그램.

일주일에 두 번 부모님을 칭찬한 뒤 ‘칭찬상황’ ‘칭찬한 말’ ‘부모님의 반응’ ‘칭찬활동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는 네 줄짜리 짧은 일기를 쓰도록 했다. 빠져나갈 수 없도록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6년 내내 효에 관해 들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와 다시 듣자니 얼마나 지겹겠어요. 마침 아내(42)와 함께한 부부학교에 갔더니 아내를 칭찬하라고 해요. 칭찬하려니 아내가 다시 보였고 ‘바로 이 것이구나’ 생각했지요.”

첫 수업 설문조사 결과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60%)거나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35%)는 학생이 많았다.

자녀의 칭찬을 들은 부모의 반응은 ‘썰렁’이 가장 많았다. 그만큼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그냥 걸어가서 아버지 앞에 앉아서’(상황) ‘아버지가 계시는 그 자체가 자랑스럽습니다’(칭찬) ‘미친 놈’(반응) ‘젠장 욕먹었다’(생각), ‘신발 끈을 못 매서 헤매는 데 엄마가 대신 매 주셨다’(상황) ‘어떻게 그렇게 잘 해? 난 안돼’(칭찬) ‘병신이여? 이것도 못하게?’(반응) ‘그려, 나 병신이여’(생각) 식이다.

생일에 자신이 좋아하는 잡채를 만드는 엄마에게 “엄마 덕분에 내가 있어” 하고 칭찬했더니 “너 낳느라고 아파 뒈지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못말리는(?) 엄마도 있다. 그래도 “고마워요 엄마”라고 일기에 써 넣은 아이가 대견했다고.

칭찬의 힘은 놀라웠다.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계속 부모를 칭찬했고 부모의 반응도 차츰 달라졌다. 자녀의 칭찬 한마디에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는 부모도 나타났다.

“부모를 칭찬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사소한 불평은 안 하게 되고요. 일기 쓰기를 통해 태도 변화까지 이끌었으니 교사로서 보람이 있어요.”

1년간 써온 칭찬일기를 부모에게 보여주는 공개수업도 실시했다.

비밀리에 진행된 칭찬일기와 자녀에게 보내는 부모의 편지가 공개되는 순간 부모와 자녀의 표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 교사는 2년간 모은 아이들의 칭찬일기와 부모의 편지를 묶어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21세기북스)란 책을 펴냈다.

그는 요즘에는 담임을 맡은 학생들의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끝없이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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