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요리조리 맛있는 세계여행’…일곱나라 생활상

  • 입력 2004년 3월 7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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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맛있는 세계여행/최향랑 글 그림/93쪽 1만3000원 창비(초등 전학년)

매콤매콤 보들보들 마파두부, 하나하나 쏙 빼먹는 케밥, 부드럽게 돌돌 말아 카르보나라 ….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각국의 맛난 음식들. 요리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각 나라 음식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아이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음식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바로 이 음식의 탄생과 변화의 배경이 된 역사와 문화다.

아홉살 난 예린이의 엄마인 저자는 요리라는 소재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한다. 그 나라의 대표적인 요리들은 풍부한 얘깃거리를 갖고 있어 저자의 안목이 엿보인다.

쉬는 날이면 텔레비전과 신문을 보며 소파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아빠가 미워 엄마와 예린이가 길을 나서면서 요리여행이 시작된다. 모녀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거인’ 식탁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아주 작아져 ‘요리조리’ 요쪽조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첫 번째로 만난 중국의 쓰촨(四川)성 할머니는 모녀에게 쓰촨의 명물요리인 ‘마파두부’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만드는지 일러준다. 엄마는 어느새 앞치마 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들고 받아 적는다.

터키의 케밥 장수인 핫산 아저씨는 토막 낸 고기와 야채를 번갈아 끼워 구운 꼬치구이 ‘쉬시케밥’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 ‘닭 가슴살(300g)에 소금 후추를 살살 뿌려둔다. 호박 반쪽은 크게 깍뚝 썰고 방울토마토와 양송이는 반으로 가르고….’

스페인 카르멘 아줌마의 ‘꼬들꼬들 향긋한 밥 파에야’를 만들 때는 향신료로 사프란 대신 카레가루를 써도 된단다.

‘맛있는’ 요리는 더 있다. 달콤한 맛에 혀에서 사르르 녹은 크레프는 프랑스 요리. 뜨끈뜨끈할 때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먹는 쌀국수는 베트남 음식이다. 야채와 고기를 밀전병 같은 토티아에 꼭꼭 싼 부리토는 멕시코의 대표적 요리.

그러나 여행에서 음식만 먹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예린이는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그 나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얘기를 듣는다. 이탈리아 화가 마르코 아저씨는 피자의 역사부터 베네치아의 가면 카니발,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얘기를 들려준다.

멕시코에서는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는 호세 아저씨가 옥수수 감자 고추를 세계에 전한 멕시코의 유서 깊은 음식 이야기와 쓰임새가 많아 버릴 부분이 없는 선인장, 설탕으로 만든 해골모양 과자 칼라베라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놓는다.

무려 일곱 나라를 둘러본 모녀가 여행에 지쳐갈 때쯤 ‘이제까지 맡아 본 음식냄새 중 가장 반갑고 익숙한 냄새’가 풍기자 엄마와 예린이는 아빠가 김치찌개를 끓여 놓은 집으로 돌아온다.

요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은 요리책으로 읽어도 좋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여러 나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상식 책으로도 그만이다. 그냥 모험이야기로도 재미있다. 지난해 창비에서 실시한 ‘좋은 어린이책’ 기획부문 대상 수상작.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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