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의 두 중견 여배우 손숙 vs 박정자…"관록은 살아있다"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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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은 무대에서 빛난다. 박정자씨와 손숙씨,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가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의 주연으로 겨울 무대를 장식한다. 한 편은 안타까운 눈물을 짓게 하는 사랑, 다른 한 편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는 사랑이다. 손씨는 서울 홍익대 부근 산울림소극장에서 최근 개막된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에

출연 중이다. 내년 1월 9일부터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는 박씨의 ‘19 그리고 80’이 막을 올린다. 두 연극 모두 여배우들의 이름을 당당하게 타이틀 앞에 내세웠다.》

▼가슴저미는 중년의 설렘…역시 손숙! ▼

한명구씨와 열연하는 손숙씨(앞쪽). 사진제공 극단 산울림

▽‘손숙의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손숙씨가 한명구씨와 호흡을 맞춘 2인극으로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40대 주부 프란체스카와 50대 사진작가 킨케이드가 펼치는 나흘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골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프란체스카. 겉으로는 평범한 주부지만 늘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사랑을 갈구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 동안 사진작가 킨케이드가 길을 묻기 위해 우연히 프란체스카의 집을 찾아온다. 첫 만남에서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짧지만 달콤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함께 떠나자는 킨케이드의 요청을 뿌리친다. 가족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그들이 헤어지고 16년이 지난 어느 날 프란체스카 앞으로 킨케이드의 유품이 전달된다.

프란체스카 역의 손씨는 너무 들뜨지도, 그렇다고 속마음을 애써 감추지도 않는 중년 여성의 설렘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킨케이드 역의 한씨도 중년 여인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보여준다.

손씨는 “불륜을 다룬 이야기지만 사실 중년 부부가 함께 와서 보면 좋을 만한 연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부가 오래 함께 살다 보면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는 수가 있다”며 “내게 평범해 보이는 배우자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석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사랑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영웅 연출.

▼나이 초월한 무공해사랑…역시 박정자! ▼

김영민씨와 호흡을 맞춘 박정자씨(오른쪽). 사진제공 공연기획 컬티즌

▽‘박정자의 19 그리고 80’=올해 초 장두이씨의 연출로 공연됐던 작품을 내년 초 한태숙씨의 연출로 다시 올린다. 박정자씨는 “80세가 될 때까지 매년 출연진과 스태프를 바꿔 올리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극을 본 관객이 다시 연극을 보러 와서 연출자에 따라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좋겠다”며 “배우와 관객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19세 청년 해롤드는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할머니 모드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기쁨을 맛본다. 모드는 해롤드에게 세상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가르쳐준다.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은 점점 사랑으로 변하고, 해롤드는 모드의 80세 생일에 청혼하기로 결심한다. 모드는 오래전부터 80세 생일날 죽음을 맞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마침내 모드는 해롤드가 열어준 생일 파티에서 세상을 떠난다.

박씨는 “모드는 한마디로 무공해 인간이자, ‘세상 모든 것에 임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할머니”라며 “연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 박정자가 해 온 어떤 작품보다 아름답고,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박웅 손봉숙 최홍일 김영민 송희정씨 등이 출연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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