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임진모/음반은 영원하다

입력 2003-12-12 18:27수정 2009-10-1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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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평론가이자 빌보드지 편집장이던 티모시 화이트는 생전에 “좋은 음악이 있는 한 음반은 영원하다”고 역설했다. 아마도 그도 음반 아닌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는 상황이 음악시장을 주도하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음반산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온라인 음악시장은 날로 성장하는 추세다. 올해 국내 오프라인 음반시장 예상매출액은 2000억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90년대 전성기의 5000억원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초라한 수치다. 반면 온라인 음악시장은 모바일 스트리밍을 합쳐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입에만 오르내리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역전’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다. 앞으로는 그 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음악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음반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시장 급변 音源시대로 ▼

이제 음반이 아닌 음원(音源)의 시대다. 제작자라고 하면 전에는 음반제작자를 통칭했지만 앞으로는 음원제작자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음원이 주도하는 시장은 음악의 제작과 소비 환경의 격변 그 자체다. 우선 제작자들은 여러 곡이 수록된 앨범을 만들기보다 음원시대를 맞아 단 한 곡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된다. 한 곡을 잘 만들어 네티즌의 반응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이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과거의 앨범 제작은 한꺼번에 여러 곡을 만드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뮤지션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역기능이 있었다. 가수들은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독집을 한 장 만들고 나면 진이 다 빠져 정신이 몽롱해진다고 하소연한다.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도 팬들이 듣는 곡은 두서너 곡에 불과하다. 나머지 곡들은 사실상 사장된다. 이런 낭비를 막는 것이 한두 곡을 담는 싱글 앨범인데, 불행히도 국내 시장은 싱글 체제가 확립되지 못했다.

디지털 음원 방식은 이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가수들이 응집력을 발휘해 신속하게 곡을 만들어 그때마다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면 그대로는 반가운 내용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반드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앨범은 흔히 아티스트와 감상자 간 감정교류의 장이라고 한다. 감상자들은 좋아하는 음악가가 만든 일정량의 곡을 통해 그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감동을 수혈 받는다. 인터넷을 통한 음원 접근에서는 그러한 가능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음악가의 세계보다는 음악의 외피적 감각에 쏠릴 수 있는 탓이다. 아무래도 감각적이고 경박해지기 쉽고 그것은 또한 근래 세계를 통틀어 음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과잉 상업성’으로 직결될 소지가 높다.

이런 우려는 모바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가 음악계로선 산업의 희망일지 모르지만 벨소리의 경우 20초, 통화대기음의 경우 40초 정도 들리는 소리, 그것도 주요 부분 멜로디만 반복되는 것을 갖고 음반의 음악에 필적한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어쩌면 음악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주는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온라인시대 두려워할 것 없어 ▼

따라서 음악계는 모바일이란 신소재를 산업의 희망은 물론 ‘예술의 희망’으로 상승시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화 음악, 게임 음악처럼 모바일 음악을 단지 매출수단이 아닌 하나의 음악장르로 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좋은 모바일 음악’이 아니라면 거기에 음악가들이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아티스트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곳은 이해관계자들의 돈벌이 각축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음원시대라고 무조건 편승할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미래의 음악풍토를 마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아직은 음원의 질을 위해서도 음반은 존속돼야 한다. 온라인이 산업을 개척하고(불황을 타개하고) 오프라인은 예술적 만족을 채우는 공존과 동행하는 건 어떨지…. 좋은 음악은 언제라도 서바이벌 게임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사실 온라인 시대라고 두려워할 것은 없다.

그러고 보면 화이트씨의 말은 여전히 맞다. ‘좋은 음악이 있는 한 음반은 영원하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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