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52>漁 父 之 利 (어부지리)

입력 2003-12-11 18:05수정 2009-10-10 07:1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漁 父 之 利 (어부지리)

漁-고기잡을 어 戰-싸울 전

眈-노릴 탐 饑-굶주릴 기

塗-진흙 도 爭-다툴 쟁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諸侯(제후)간의 쟁패는 유명하다. 弱肉强食(약육강식)의 결과 본디 140여개 국이 일곱 개의 강대국으로 줄어들었으니 戰國七雄(전국칠웅)이 그들이다. 그 중 중국의 동북방에 있던 燕(연)나라는 최약소국으로 서남쪽으로는 趙(조), 남쪽으로는 齊(제)와 각각 인접해 있었다. 물론 최대 강국인 秦(진)도 서남쪽에서 虎視眈眈(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한번은 燕나라에 饑饉(기근)이 든 틈을 타 趙나라가 쳐들어오려고 했다. 그러자 燕王은 說客(세객) 蘇代(소대)를 시켜 趙王을 설득하도록 했다. 蘇代는 合從策(합종책)으로 유명한 蘇秦(소진)의 동생이다. 그 역시 형만큼은 못했지만 뛰어난 辯術(변술)을 가지고 있었다.

蘇代는 趙의 惠文王(혜문왕)을 만나 말했다.

“제가 오늘 貴國(귀국)에 들어올 때 易水(역수)를 지나오다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냇가에 조개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햇빛을 쐬고 있는데 갑자기 황새가 나타나 조개를 덥석 쪼았지요. 그러자 조개는 기겁을 하고는 그만 입을 오므려 황새의 부리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한참 있다가 황새가 말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너는 말라죽고 말걸.’ 그러자 조개가 대꾸했지요. ‘천만의 말씀. 내가 오늘도 놓지 않고 내일도 놓지 않으면 너야말로 죽고 말겠지.’ 이렇듯 둘은 좀처럼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지나가던 어부가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두 놈을 잡아가고 말았습니다.

지금 왕께서는 燕나라를 치려고 하시는데 燕이 조개라면 趙는 황새입니다. 두 나라가 쓸 데 없이 전쟁을 일으켜 싸우면 백성은 塗炭(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고 국고는 비어 저 강대한 秦(진)이 漁父노릇을 할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왕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蘇代의 말을 들은 惠文王은 느끼는 바가 많았다. 조그만 燕을 치다 나라를 망하게 하느니 차라리 치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燕을 치는 것을 단념하고 말았다.

본문에 등장하는 조개와 황새는 각각 蚌(조개 방)과 鷸(황새 휼)이다. 그래서 蚌鷸之爭(방휼지쟁)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싸우는 당사자(燕과 趙)를 말함이고 漁父之利라면 이익을 취하는 자(秦)를 뜻한다. 물론 뜻은 같다고 하겠다. 이처럼 서로 다투는 틈을 타서 제삼자가 이익을 취할 때 漁父之利, 또는 蚌鷸之爭이라고 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