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53>橫 領(횡령)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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橫 領(횡령)

橫-가로 횡 領-차지할 령 縱-새로 종 竪-세울 수 厄-재앙 액 財-재물 재

橫은 참 재미있는 한자다. 곧 木(목)과 黃(황)의 결합으로 옛날 돼지 따위의 가축이 집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문이나 사립문에 걸쳐두었던 나무(木)막대기를 말했다. 여기서 黃은 나무의 색깔을 뜻한다. 나무가 오래되면 누런 색깔을 띠게 된다. 그러니까 橫은 ‘사립문에 걸쳐놓은 누런 나무’가 되겠다. 가로로 걸쳐져 있었으므로 후에는 ‘가로’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세로는 縱(종)이다.

방위에서 볼 때 東西(동서)가 橫이라면 南北(남북)은 縱(종)이다. 곧 橫이 수평, 평등을 뜻한다면 縱은 수직, 上下(상하)의 관계를 뜻한다고 하겠다. 지금이야 橫的(횡적)인 관계가 더 중시되겠지만 엄격한 신분질서를 유지해야 했던 옛날에는 縱的(종적)인 관계가 더욱 중시됐다. 君臣(군신)간의 관계를 南北(남북)으로 표시했던 것이 그 예다.

반면에 橫은 탈법, 무질서, 반역을 의미했다. 따라서 橫으로 이루어진 단어치고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장기나 바둑에서 불법으로 잘못 둔 수를 橫手(횡수), 불법으로 마구 포악하게 구는 것을 橫暴(횡포), 도리에 맞지도 않는 말을 제멋대로 지껄이는 것을 橫說(횡설) 또는 橫說竪說(횡설수설)이라고 한다.

이처럼 橫이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뜻했던 만큼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며 그만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橫은 ‘갑자기’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죽는 것을 橫死(횡사), 갑자기 당하는 재앙을 橫厄(횡액), 갑자기 재물을 손에 쥐는 것을 橫財(횡재)라고 한다. 또 橫行(횡행)이라면 게처럼 ‘옆으로 걷는다’는 뜻으로 본디 들을 거니는 사람이 논둑이나 밭둑을 무시하고 마구 논밭으로 걷는 것을 뜻했다. 그것 역시 질서를 지키지 않는,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다.

한편 領은 머리를 뜻하는 ‘頁’(혈)이 있으므로 ‘목’, ‘옷깃’이라는 뜻이 있음을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가 옷을 집을 때는 옷깃을 잡으며 소나 개 같은 동물을 끌 때도 목을 잡아당긴다. 따라서 領은 ‘다스리다’, ‘받다’는 뜻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橫領이라면 ‘가로채는 것’이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재물을 취했으므로 좋은 뜻일 리 없다. 요즘 불법 大選資金(대선자금) 때문에 정계와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다면 배달사고다. 누군가가 중간에서 橫領했음에 틀림없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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