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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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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안녕히 가세요”란 인사말은 어쩐지 이상하고 “다녀오세요”란 인사말도 일주일 뒤에나 만날 건데 이것도 좀 이상하고. 옷을 입고 양천구청역까지 배웅을 할 것을.
승환이 아빠.
늘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는 후회를 한답니다.
휴일 내내 청소도 하지 말고 당신에게만 신경 써 주고 밥도 맛있게 해 주고 좋아하는 단감도 많이 좀 깎아 줄걸…. 괜히 화장실 청소를 해 달라고 했나? 청소기도 내가 돌릴걸.
당신의 축 처진 어깨에 싫다는 향수를 몰래 뿌려 주고는 “내 남편 상큼한 냄새가 나서 고속버스 옆자리에 예쁜 아가씨가 앉아도 되겠네” 하고 실없는 소리를 해보았습니다.
당신이 토요일 오후 운동에 회식에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온 시간은 밤 12시였지요. 피곤하면 그냥 오지 말고 쉬라고 해도 당신은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아들 보러 꼭 올라옵니다.
이번주엔 내가 부지런을 떨어 볼게요. 그래서 주말엔 당신과 동네 단풍 구경도 하고 안양천변을 산책도 하자고요.
이정남 nad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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