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사회의 재구조화'… '공존의 길'은 없는가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04분


◇한국사회의 재구조화/박길성 지음/292쪽 1만원 고려대출판부

한국사회가 큰 변화의 와중에서 심히 요동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궈냈다고 하는 나라치곤 뭔가 불안하다. 늘어만 가는 집단갈등이나 삐걱거리는 신뢰구조가 그 증거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회변화의 동인과 방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 궁금증을 잘 풀어줄 수 있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이 가져온 사회변화의 기원과 구조를 세심하게 고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학계에서 아주 넓은 시야를 가진 학자다. 일찍부터 지구화(globalization)의 관점에서 경제와 문화의 변동에 관한 저서들을 낸 바 있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사회의 변화는 세계화와 정보화, 외환위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구조조정, 탈위기의 제도화 등의 결과로 파악된다.

한국사회는 ‘강요된 조정의 국면’을 넘어 ‘갈등적 조절의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가 국내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의해 외환위기로 치달으면서 ‘사회적 조정’을 강요했다면,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은 우리 사회의 도처에 균열과 갈등을 가져오면서 ‘사회적 조율’을 필요로 한다는 논지다.

돌이켜 보면, 세계화와 구조조정은 바깥으로부터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잘된 선택이었는가 하는 반성이다. 김영삼 정부가 바깥 물정 모르고 용맹스러움만 앞세운 ‘무모한 기사’였다면, 김대중 정부는 IMF 학교의 ‘유순한 학생’으로 비유된다.

이제 한국사회는 지구적 표준의 확산에 따라 제도와 문화의 면에서 구미사회를 닮아가고 있다. 외환위기의 학습과정에서 IMF가 우리에게 강압한 동형화(同形化)를 지금은 모방하고 있다. 그렇다고 똑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와 문화가 비슷해진다고 체제가 효율적으로 되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효율성은 바로 우리 몫이다. 이것이 바로 동형화의 논리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경제위기 가운데 기업과 노동은 대립하고, 빈부격차 아래 사회적 약자는 속출하고 있다. 곳곳에 배제, 차별, 해체가 보인다. 진정 문제해결의 방법론을 찾아야 할 때다. 저자 박길성 교수는 인본주의자다. 그는 나눔의 지혜를 배울 것을 권고한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같음’을 모색하여 공존과 상생의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주로 주주와 경영자가 이윤을 공유하는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적자생존의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정합(整合·positive-sum)으로 나아갈 수 없을까. 결국 ‘시장’의 횡포를 ‘시민사회’의 연대로 막아야 한다. ‘국가’의 공공적 조절과 참여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분쟁과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나치게 공적 조정장치에 매달려 왔다. 정부의 강제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 선택을 늘릴 수 있는 사적 조정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흥미롭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hclim@plaza.snu.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