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셜리야…' 물가에 소풍 갔다 파란색 꿈에 풍덩!

  • 입력 2003년 10월 7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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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존 버닝 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22쪽 8000원 비룡소(만 5∼8세)

셜리네 가족이 물가로 소풍을 나왔습니다. 준비가 많군요. 접이식 의자 두개, 신문, 파이프 담배, 뜨개질 할 재료, 보온병이 든 커다란 가방들로 엄마 아빠 양손이 가득 무거워 보입니다. 바닷가 소풍이라면 모래성을 쌓는 데 필요한 삽이나 물안경 같은 것이 보일 듯도 한데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저런저런, 아빠는 양복에 구두 차림이네요. 물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으신가 봐요.

그리고는 셜리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줍니다. “셜리야, 헤엄치기엔 너무 쌀쌀한 날이구나.”, “셜리야, 예쁜 새 구두에 지저분한 흙탕물 안 튀게 조심해라.”,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쳇! 그럴거면 물가로 소풍은 왜 나왔담. 하지만 셜리를 보세요. 날아갈 듯 가볍네요. 과연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는 있는 건가요… 어른들이 의자를 펴는 동안 이미 셜리는 바닷가에 가 있어요. 양면에서 보이는 색깔과 그림 대비가 선명하네요. 엄마 아빠 주위에는 집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바닥에 그려놓은 자갈이 아니라면 그곳이 바닷가인 것을 어떻게 알까 싶어요. 하얀 바탕에 펜으로 살살 그려놓은 그림은 너무 가벼워서 훅 불면 날아갈 것만 같아요. 하지만 셜리가 서있는 바다는 뭔가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묵직해요. 노가 준비된 배, 잠시 쉬러온 바닷새, 힘이 넘치는 개 이런 것들이 보이네요. 모두 어디론가 갈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죠. 바다는 너무나 짙어서 손톱으로 살살 긁어내면 또 다른 색깔이 들어날 것만 같아요.

바닷가에 와서도 엄마는 뜨개질을 하고 아빠는 신문을 읽어요. 셜리가 바다로 나가 해적에게 납치당하고, 구사일생 탈출에 성공해서, 보물섬을 찾아 떠나고, 보물을 발견해 무사귀환하는 그 사이에 말이에요. 간간이 셜리에게 말을 건네기는 하죠. “그런 개 쓰다듬지 마”, “돌멩이 던질 때 잘 보고 던져야지”, “우리 셜리는 저렇게 냄새 고약한 바다풀 집에 안 가져 갈거야. 그렇지?” 쳇! 엄마 아빠는 지금 셜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책을 덮고 나니 슬프네요. 엄마 아빠도 셜리처럼 중요한(?) 일을 할 때가 있었는데 왜 다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걸까요. 하지만 모든 엄마가 이건 발견할 거예요. 날아갈 듯 가볍게 온 셜리가, 돌아갈 때는 마음을 바닷가에 다 두고 발걸음 무겁게 가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 가는 곳에만 하늘이 파랗다는 거 말이죠. 엄마도 예전엔 아이였으니까요.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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