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전집’ 6년만에 새단장…용어등 원본 가깝게 재편집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30분


정신분석학 정립 100주년을 기념해 1998년 출간됐던 ‘프로이트 전집’(전 20권)이 6년 만에 전면적인 재편집 과정을 거쳐 9월 말 재발간된다. 전집을 낸 ‘열린책들’ 출판사는 1년여에 걸쳐 총 7000쪽에 이르는 번역문과 원문을 대조해, 난해하기로 이름난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문장 교정과 교열을 다시 했다.

신판에서 역점을 둔 것은 용어 통일. 1998년판에서는 의미 전달을 위해 같은 용어라도 문맥에 따라 다른 번역어를 사용했지만 이번 개정판에서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낸 ‘정신의학사전’을 기준으로 통일했다. 이는 전집이 한국에서 정신분석학 연구의 기본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예를 들어 특정한 물건에 애착을 느껴 이를 소유함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끼는 성도착증인 ‘페티시스무스(Fetischismus)’는 초판에서 ‘물신성’ ‘페티시즘’ 등으로 번역됐지만 신판에서는 ‘절편음란증’으로 통일됐다.

또 전집의 내용을 ‘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등 주제별로 다시 묶어 총 15권으로 재편하고 참고문헌을 수록했다. 초판에서는 영국 호가스 출판사의 표준판 전집과 펭귄그룹의 펭귄북을 기준으로 하되 대중성을 고려해 제목과 순서를 일부 바꾸었지만, 신판은 원본에 가깝게 제목을 고치고 논문 발표연도에 따라 재편집한 것. 예컨대 초판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으로 제목이 번역됐던 논문은 ‘남자들의 대상선택 중 특이한 한 유형’으로, ‘불륜을 꿈꾸는 특별한 심리’는 ‘사랑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가치저하의 보편적 경향에 관하여’로 제목이 바뀌어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안에 묶였다.

외형적인 변화는 한 손에 책이 잡히도록 신국판에서 4·6변형판(120×188mm)으로 판형을 조정한 것. 표지그림(사진)도 화가 고낙범씨가 프로이트의 다양한 얼굴 모습을 15가지 색채로 그린 30호짜리 유화 15점의 연작으로 바뀌었다. 1998년판 프로이트 전집은 대표작인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강의’가 각 1만부 판매됐을 뿐 대부분 초판 2000부도 다 판매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추가비용을 들여 보완된 신판을 낸 데 대해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는 “한국에 제대로 된 프로이트 전집 번역판을 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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