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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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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표적 여성만화가 황미나(黃美那·42)씨와 ‘소녀들의 산부인과’ 의사 안명옥(安明玉·48·강남 차병원) 박사가 뭉쳐 소녀들을 위한 성교육 만화책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동아일보사)를 펴냈다. 이 만화책은 10대 소녀 루나레나가 성에 눈을 떠가면서 갖게 되는 고민을 산부인과 전문의 닥터 아모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너무도 모르는 이야기들입니다. 불혹을 넘긴 저 자신도 몰랐던 내용이 많아서 꼭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어요.”
황씨는 이 작품을 위해 산부인과에서 실제 모든 검사를 체험했고 안 박사에게 자문해 장면 하나하나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공을 들였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이해를 위해 표현의 수위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사실 황씨로서는 이 책을 내기 위해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만화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유명 만화가들이 학습지 시장에 뛰어드는 시류에 편승했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황씨를 염두에 둔 안 박사의 설득은 집요했다.
“루나레나는 원래 황씨의 대표작 ‘레드문’의 주인공으로 스페인어로 루나는 ‘달’을 뜻하고 루나레나는 ‘보름달’을 의미합니다. ‘레드문’을 처음 읽을 때부터 한달에 한번씩 생리를 하는 여성 몸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안 박사는 지천명을 앞둔 나이에 지금도 두 아들과 함께 만화방을 찾는 만화광. 특히 데뷔작 ‘이오니나의 푸른 별’부터 50여종에 달하는 황씨의 작품 대부분을 독파한 열혈팬으로 3개월이나 황씨의 작업실을 찾아 그를 설득했다.
“만화가로서 늘 ‘만화 많이 보면 공부 못 한다’는 말이 사무쳐서 ‘나를 키운 것의 80%는 만화’라고 당당히 말해줄 성공하신 분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박사님은 바로 그런 모습에 가장 가까운 분이었죠.”
황씨의 그런 감탄이 ‘닥터 아모’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아모(Amo)는 안 박사의 영어 이니셜로 스페인어로는 ‘사랑’을 뜻한다.
그러나 황씨가 결심을 굳힌 결정적 요소는 여자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공포 아니면 무지’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이 땅 여성들의 몸을 지키고 보호하자는 취지 자체가 제가 그동안 쌓아온 그 어떤 명성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수락했고 팬들에게 부끄러운 작품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안 박사는 이 책이 초등학교 5, 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성인 여성과 딸을 둔 부모에게 유익한 내용이라고 자부했다.
“미국에서는 산부인과의 기능을 영어로 ‘Reproduction of Society(사회의 재생산)’라고 말합니다. 사회의 미래는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은 여성을 통해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 여성의 미래는 소녀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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