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이븐 바투타의 여행'…"낙타 타고 중세 아랍으로"

  • 입력 2003년 8월 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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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바투타의 여행/제임스 럼포드 글 그림 김경연 옮김/37쪽 1만2000원 풀빛(초등 3년 이상)

이슬람? 아이가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을 나이는 지났다. 이 아이에게 이슬람 세계에 대해 뭔가 얘기해 주고 싶다면 권할 만한 책이다.

이븐 바투타(1304∼1368)는 모로코 출신의 여행가로 30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장장 10만여km를 여행했다. 바투타가 대탐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0세기를 전후한 이슬람 문명의 전성기에 많은 학자와 여행가 상인들이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귀중한 기록물을 많이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700년 뒤 미국의 그림책 작가 제임스 럼포드는 바투타의 여행담을 글과 그림으로 다시 들려준다. 12개국 이상의 말을 공부하고 아프리카 아시아를 여행한 럼포트는 바투타가 남긴 여행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름답게 되살려 냈다. 독자들은 바투타와 함께 다채롭고 신비로운 아라비아 지도와 문자, 무늬, 그림을 감상하며 중세 이슬람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책을 펴면 처음 세계지도가 나오는데 바투타가 여행을 시작한 1325년 지도다. 그리고 바투타가 여행을 떠난 모로코 탕헤르부터 하얀 띠가 나타나기 시작해 여행을 마칠 때까지 이어진다. 하얀 띠에는 간단한 줄거리가 씌어 있으며 바투타가 머무르는 곳에서는 하얀 띠가 액자모양으로 바뀌어 좀더 많은 내용이 담겨진다. 독자는 바투타와 함께 하얀 띠를 따라 이동하면서 여행하면 된다.

나일강을 건너고 예루살렘을 지나 델리에서 살고 다시 몰디브에서 머무르다 중국에 다다른다. 여기에 죽음의 고비 같은 모험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여행가 바투타는 곳곳에서 여행과 인생에 대한 다양한 깨달음을 토로한다. ‘여행이란 여러분을 외롭게도 하고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여행이란 여러분에게 수많은 모험의 길을 보여주고 여러분 마음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여행이란 여러분의 느낌을 표현할 수 없게 했다가 나중에는 여러분을 이야기꾼으로 바꿔 줍니다’ ‘여행이란 수많은 낯선 곳을 고향처럼 느끼게 해 주지만 고향에 가면 이방인처럼 느끼게도 합니다’.

모로코 술탄(통치자)의 부름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바투타는 여행에서 겪은 얘기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선생님이 갔던 곳을 가고 싶다”는 한 아이에게 늙은 여행자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너도 할 수 있단다, 얘야. 여행에서 중요한 건 첫걸음을 내디디는 것이란다.”

럼포드는 글과 그림 곳곳에 아라비아어 페르시아어 한문을 배치하는데 그가 서양인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자료조사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또 권말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과 그림에 나온 사람 장소 사물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더 나아가 역자와 편집자는 아라비아어 페르시아어 한문의 출처와 풀이를 다는 성의를 보였다. 1325∼54년 행로를 나타내는 지도도 넣었다.

바투타의 행로를 따라 읽으며 앞뒤 표지 안에 넣은 스냅사진 같은 그림들을 비교해 보노라면 그동안 낯설게 여겨졌던 이슬람 세계가 한층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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