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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7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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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1974년, ‘H&M’은 1947년에 설립됐다. 모두 유럽에서만 판매되다 최근 몇년 새 세계 주요 도시로 판매망을 확충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게 됐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유러피안 캐주얼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세계 패션 트렌드의 판도도 이들의 인기에 힘을 실었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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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적,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이 두 브랜드의 가장 큰 공통점은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형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SPA’란 기획, 생산, 판매 등을 한 회사에서 모두 담당하고, 생산된 물건을 그 회사의 자체 브랜드 이름으로 판매하는 소매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중간상인 단계를 없앤 제조업과 유통업의 통합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제품 공급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SPA’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체인 스페셜티 스토어(chain specialty store)’나 ‘스페셜티 스토어 리테일러(specialty store retailer)’로 불린다.
‘자라’나 ‘H&M’의 성공은 단순히 이들이 ‘SPA’형을 표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미국의 ‘갭(GAP)’과 일본의 ‘유니클로(UNIQLO)’가 고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자라’나 ‘H&M’의 또 다른 공통된 특징이자 그 전까지의 SPA형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최신 유행 스타일을 발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의 주문 사항이나 일시적인 유행 현상을 잽싸게 기획에 반영하는 민첩성을 갖췄다는 뜻.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을 상당 부분 베낀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스타일을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
● 보다 신속하게 옷장까지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상품을 공급해 ‘신속한 아이템 전환율’을 내세우면서 브랜드 성공에 가속도가 붙었다.
두 브랜드를 ‘패스트 패션(fast-fashion)’ 또는 ‘디스포저블 패션(disposable fashion)’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업계로서는 1년에 2번씩 컨셉트를 제안하던 패턴을 벗어나 수시로 주력 디자인을 바꿀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싼값에 최신 유행 아이템을 구입하므로 구입한 옷에 빨리 싫증이 나더라도 버리는 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빗댄 것이다. 매 시즌 새로 유행하는 옷을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들이 한 시즌 입고 버려도 그다지 아깝지 않은 가격대의 ‘자라’나 ‘H&M’에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들만큼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영국의 ‘톱샵(Topshop)’도 유명하다. 유행 아이템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이곳에는 특히 유명 모델이나 스타일리스트 등이 자주 들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해외의 ‘SPA’형 브랜드는 스페인의 ‘망고(MNG)’다. 국내에는 2001년 첫선을 보였으나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풍의 감성 캐주얼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첫 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 센트럴시티 내에 단독 숍 형태로 열었지만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많은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국내 브랜드로 2001년 망고와 함께 런칭한 ‘쿠아(QUA)’는 고유한 브랜드 컨셉트를 내세우기보다 매 시즌 달라지는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좇는다. 상품은 2주에 한번씩 새롭게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직접 기획하고 생산한 제품을 직매장을 통해 선보이는 정통 ‘SPA’형을 고수하고 있다. 2002년 8월에 런칭한 ‘코데즈 컴바인(codes combine)’ 역시 ‘SPA형 감성 캐주얼’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매출은 자체 직매장보다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 SPA형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SPA형 브랜드’마저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백화점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통적인 ‘SPA형 브랜드’가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각종 대중 매체와 스타 마케팅의 영향으로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상태다. 패션에 관한 ‘입맛’도 까다로워졌다. 이들에게 소위 ‘명품 스타일’과 거의 같거나 유사한 스타일을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브랜드들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을 것 같다.
류민화 퍼스트뷰코리아 패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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