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뉴욕타임스]응급피임약 12개국선 일반의약품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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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성관계를 가진 뒤라도 72시간 안에 노레보정과 같은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임신을 85% 이상 막을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갑자기 성관계를 가진 뒤라도 72시간 안에 노레보정과 같은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임신을 85% 이상 막을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수 년 동안 많은 여성들이 섹스한 뒤에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사후피임약(morning-after pill)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이 너무나 소규모였기 때문에 광고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기 때문. 따라서 이 약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종종 낙태 피임약(abortion pill)인 ‘RU-486’과 혼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후피임약이 응급피임약으로 불리면서 점점 판매액이 늘어났다. 1999년에는 ‘플랜B’라는 사후피임약이 3백만개나 팔렸다. 그리고 사후피임약을 만드는 한 제약회사는 지난해만 판매액이 5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왼쪽)플랜B. 노레보정

최근 미국에선 네 번째로 뉴멕시코주(州)가 응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만들었다. 현재 미국 14개 주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을 고려 중.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산부인과협회는 4300여명의 회원들에게 사후피임약을 사전에 처방해 응급약으로서 집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권고문을 띄웠다. 미국의 7개 주는 보호자에게 24시간 온라인 처방을 제공하는 곳도 생겼다.

이처럼 응급피임약에 대한 인식이 점차 늘고 있다. 한 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6%가 응급피임약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3년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수치. 또 미국 여성의 68%가 이 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피임약은 난자의 배란을 연기시키거나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착상되지 못하도록 해서 임신을 막는다.

응급피임약의 효과는 섹스 뒤에 얼마나 빨리 복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약을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임신을 75∼89% 막아준다. 최근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섹스 뒤 5일 뒤에 먹어도 임신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피임약의 성분은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프로게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으로 12시간마다 한개 또는 두개씩 복용한다.

기존 피임약 성분 용량보다 3∼4배 정도 많다. 그러나 응급피임약이라는 말 그대로 기존에 규칙적으로 먹는 피임약하고는 다르다. 피임 없이 갑자기 섹스를 했거나 콘돔이 찢어지는 등의 사고가 났을 때 사용하는 사후피임약이기 때문이다.

이 약은 현재 12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프랑스는 학교에서 이 약을 12세 정도의 소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당수 약사들은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이 판매돼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응급피임약은 시간을 맞춰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 반면 많은 여성들이 제때 그 시간에 맞춰 의사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 .

그러나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유산과 산아제한을 반대하는 미국생명연맹(ALL)은 결국 사후피임약은 ‘임신 중절약’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메릴랜드 주(州) 의회에서는 사후피임약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면 10대의 난잡한 성행위와 임신중절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피임약 사용을 지지하는 일부 약사들과 의사들은 10대 사이에서 일반판매가 되면 산아제한 조절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후피임약이 약국에서 판매되더라도 여성들이 이 약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후피임약을 자주 먹으면 월경주기를 무너뜨리고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한 번 사용에 2만4000∼3만6000원으로 비싼 편이기 때문. 이 때문에 19∼29세의 여성들에서 사후피임약이 널리 쓰이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사후피임약의 사용이 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판매실적이 이를 반영한다. 미국 지네틱스사는 사후피임약의 판매가 지난해 50%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플랜B’라는 사후 피임약은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된 이래로 매년 2배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앨런 구트마처 연구소는 2000년에만 이 사후피임약으로 5만1000건의 임신중절을 예방했다고 추산했다.

(http://www.nytimes.com/2003/05/19/health/19PILL.html)

정리=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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