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착' 붙이는 패치제 효과 '팍'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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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대신 붙이세요.’

약을 먹거나 시술을 받는 대신 몸에 붙여서 약효를 내는 ‘패치제’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패치제란 피부에 붙이는 약으로 약효 유지를 위해 약물의 방출속도와 피부투과 속도를 조절하도록 설계된 제품.

간편하고 위장장애 간장애 등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약효가 비교적 오래간다는 장점 때문에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딱’ 맞는 치료제이기도 하다.

패치제의 원리는 약의 농도를 이용하거나 피부조직을 느슨하게 만드는 250여 개 ‘투과 촉진제’를 이용해 약을 피부에 흡수시키는 것이다.

국내에선 80년대 멀미 방지약인 ‘귀미테’가 나온 이후 90년대는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2000년대엔 니코틴 패치제 등이 선보였다.

최근에 나온 패치제와 앞으로 국내에 소개될 신제품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치아에 붙이는 미백제=LG생활건강에서 최근 출시된 ‘클라렌’이 대표적. 하루 2회, 30분씩 치아에 스티커를 붙인 뒤 2주일만 지나면 이가 하얗게 된다. 미백효과는 6개월 정도.

‘클라렌’의 성분은 표백제로 알려진 과산화수소. 치과에서는 젤 형태의 과산화수소를 사용하지만 보관이 어렵고 사용할 때 끈적거리며 부착력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미백용 패치제.

바이오 벤처인 아이큐어에서는 클라렌을 업그레이드 한 ‘솔라화이트’를 개발해 7월에 시판할 예정. 솔라화이트는 클라렌과 비슷한 성분이지만 치아에 붙인 뒤 30분이 지나면 녹아 없어져 스티커를 떼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패치제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 장영준 원장은 “칫솔질할 때 이가 시리고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경우는 치과 치료를 먼저 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붙이는 피임약=미국계 다국적 제약업체인 존슨앤존슨에서 개발한 ‘이브라 패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01년 11월에 허가받은 피임용 패치제.

피임약은 매일 먹어야 하고 한번이라도 빼먹으면 피임에 실패할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이 제품은 주 1회 한번만 어깨 배 등 엉덩이 등에 붙이면 99% 이상의 피임효과를 볼 수 있다. 올 하반기 한국얀센에서 국내에 시판할 예정.

그러나 뇌중풍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브라 패치’ 사용을 금하고 있다. 또 35세 이상 여성 흡연자는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름 완화 패치제=눈 입 이마 및 턱에 생긴 주름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목적으로 얼굴에 붙이는 화장품의 일종이다.

주름살 방지 효과가 있는 레티놀, 노화방지 성분인 비타민E, 피부탄력제로 알려진 세라마이드, 히아루론산 등이 주성분. 현재 코바스(주), 네슈라 등 국내 화장품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적어도 30분 이상 또는 자기 전에 붙이며 일주일에 2∼3번 정도 사용한다. 가격은 6∼8장 한 팩당 1만∼1만5000원 정도.

클린피부과 이미경 원장은 “눈가에 붙이는 패치제는 사람에 따라 자극성 피부염이나 접촉성 피부염 등이 생길 수도 있다”며 “평소 피부가 가렵고 따가운 증세가 있거나 여드름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을 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압구정CNP 차앤박 피부과의 이동원 원장은 “주름 완화 성분 중 노화방지제인 ‘아하(AHA)’는 피부를 자극해 습진이나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패치제는 계속된다=미국의 P&G 제약회사는 폐경기 여성의 성욕을 회복시키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패치제를 개발하고 있다. 투명한 계란 크기의 이 패치제는 배꼽 아래에 붙이며 약효는 2주일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패치제로는 한번 붙이면 3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천식치료 패치제 ‘포모덤’이 임상시험 전 단계에 있다.

삼양사에서는 항암치료의 대표적 부작용인 구토를 방지하기 위한 ‘이메스탑’ 패치제를 임상시험 준비 중에 있다. 또 수술 후 통증을 방지할 수 있는 ‘페인스탑’은 임상 시험이 완료돼 2004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패치제도 있다. 2월 미국 FDA에서 요실금 치료제로 허가받은 ‘옥시트롤’은 다리나 배 엉덩이 등에 붙이면 3일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약물 복용시 생기는 배뇨장애 졸음 변비 등의 부작용을 줄인 제품.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로 천식치료 패치제인 ‘호쿠날린’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하루 2, 3회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어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에서는 마약성분의 기존의 진통 패치제와는 달리 비마약성으로 중독성이 없고 호흡곤란 같은 부작용이 없는 ‘트랜스텍’이라는 진통제가 개발돼 시판 중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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