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결혼 2題]아픔 보듬고…지하철 타고…'아름다운 출발'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59분


▼산재근로자 4쌍 합동결혼식▼

산업재해를 입은 뒤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산재 근로자들이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산재노동자협회는 10일 오후 1시 경기 부천시 송내 사회체육관에서 산재 근로자 4쌍이 합동으로 결혼식을 갖는다고 9일 밝혔다.

김재영(金在英)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주례로 열리는 이번 합동결혼식은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산재 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1998년 산재 근로자 5쌍의 첫 합동결혼식 이후 두 번째.

94년 현대삼호중공업에 다닐 때 입은 산재로 하반신이 마비돼 이혼의 아픔까지 겪은 김성중씨(45)는 6개월 전 최미순씨를 만나 식을 올리게 됐다. 최씨 역시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1급 장애인.

김씨는 “서로 아픔을 보듬어주며 행복하게 살겠다”면서도 “직장 복귀 등 적극적인 산재 근로자 정책 부재가 아쉽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김씨 외에 오희철(40) 김학구(40) 김병국씨(49)도 각각 신부에게 면사포를 씌워준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대중교통 신혼여행 녹색결혼식▼

11일 낮 12시반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구내에서는 이색적인 ‘녹색 결혼식’이 열린다.

환경단체인 ‘지구를 위한 시민행동’이 낭비와 허례(虛禮)로 가득한 결혼문화를 바로잡자는 취지로 기획한 이 결혼식은 철저히 환경친화적인 것이 특징.

예식장을 지하철 역사로 정해 자동차 공해를 원천 봉쇄했고, 피로연에서는 1회용 그릇을 쓰지 않고 유기농 및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

재생용지 청첩장을 받은 하객들은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자기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하나씩 선물로 준비해 식장에 마련된 ‘녹색 선물나무’에 매달고 신랑 신부는 답례로 야생화 화분을 나눠준다.

신랑 신부는 웨딩카 대신 지하철을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며 1주일간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예정.

컴퓨터 정보회사에 다니는 신랑 연제헌씨(31)는 최근까지 지구를 위한 시민행동에서 일했고 신부 김지영씨(30)는 YMCA 녹색가게 간사. 주례도 녹색연합 박영신(朴永信) 대표가 맡아 그야말로 ‘녹색 천지’가 될 전망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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