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8인의 작가들이 '내아이'에게 권하는 책

  • 입력 2003년 5월 4일 17시 23분


코멘트
《“이 책은 너희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

어린이날을 맞아 8명의 엄마, 아빠 작가들이 아이들에게 짧은 편지를 썼습니다. 책을 통해 자연과 벗이 되기를, 우리 산천과 예술을 더 깊이 알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요. 컴퓨터와 TV를 최고의 친구로 삼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 한 권의 좋은 책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은 작은 두 발로 디딜 수 없는 넓은 세계를 두루 경험하게 해주고, 위대한 천재들이 인류에게 남긴 유산을 온전히 우리 아이들의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공선옥 '한티재 하늘' ▼

아람아, 혜원아, 민수야, 너희에게는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모든 책을 읽히고 싶구나. 선생님이 쓰신 책은 모두 어른이 읽어도 될 정도로 말하는 바가 크면서도 동화처럼 마음을 맑게 해준단다. 특히 '한티재 하늘'(지식산업사)은 대하소설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책을 읽어보면 안동 사람들의 모습이 밤하늘의 별처럼 수놓여져 있다는 느낌이 든단다.

그리고 ‘슬픈 나막신’(우리교육)은…. 요즘 사람들은 ‘슬픔’을 지나치게 감추고 산다고 할까? 슬픔이 있으면서도 없는 체하고 우스개로 무마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슬픔이란 건 우리 마음을 맑게 정화해주기도 해. ‘슬픈 나막신’의 슬픔도 그런 거란다.

▼김용택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

사랑하는 아들 민세야.

봄이 오는 우리 산천은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다. 해 뜨는 산등선, 저문 산 아래 작은 골짜기의 논과 밭, 산굽이를 돌아가는 작은 시내. 아버지는 이런 소박한 우리의 산천을 지극히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산천을 닮은 예술을 사랑한다. 무릇 감동적인 예술은 그 나라의 땅과 사람을 닮는다.

나에게 우리의 산천과 예술에 대한 따사로운 애정을 길러 준 책이 있다. 바로 최순우 선생님이 지으신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라는 책이다.

찬란한 햇살 아래 펼쳐진 이 5월 이 책을 너의 머리맡에 놓는다. 우리가 사는 땅과 사람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거라.

▼함정임 '고양이 학교' ▼

태형아, 네가 꾸리고 있는 곤충 클럽은 잘 되어가니?

네가 3학년이 되어 새로 만난 곤충 클럽 친구들과 죽을 때까지 마음 변치 말자고 손가락 걸어 맹세했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얼마나 감동했는지! 생명과학자가 꿈인 너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곤충들을 다 키워보고 싶다고 했지. 엄마는 네 꿈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태형아, 세상은 곤충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듯이 너의 관심과 사랑을 곤충 아닌 것들에게도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 네 책꽂이를 둘러보니 지난 일년 동안 네가 가장 많이 읽은 것이 곤충에 관한 책들이더구나. 이번 오월에는 시선을 좀 넓혀보면 어떨까. ‘고양이 학교’(문학동네어린이)를 어린이날 선물로 너에게 주고 싶다

▼구효서 '유래카' ▼

가회, 지회야. 아빠는 수학 과학을 정말 못 했는데, 너희들은 그런 영역을 좋아하고 관심을 많이 가지더구나. 그래서 너희들에게 ‘유레카’(생각의나무)를 권해주고 싶어. 과학적 발견의 순간, 그 깨달음과 희열의 순간을 기억하는 글을 묶은 책이란다. 막연한 꿈과 희망을 구체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일거야. 아빠는 너희들에게 공부보다는 꿈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꿈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내 꿈이 과연 이뤄질지 확신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 중간에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너희들에게 아빠는 꼭 말해주고 싶구나.

▼이순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상빈아, 다림출판사에서 나온 이문열 선생님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삽화가 많아서 같은 내용이더라도 더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좋더라. 아이들한테는 학교가 처음 겪어보는 사회생활이잖아? 한 교실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힘의 역학 관계가 생기는데 그 안에서 어떻게 하는 게 옳고 바른 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될 거야. 이 책은 폭력에 불복하면서 자기 뜻을 어떻게 펴 나가야 하는지, 물리적 힘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단다.

우리가 남을 배려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할 것인가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성과 힘)에서 배울 수 있어. 네가 아직 중학생이라 이 책이 좀 어렵긴 할 거야. 하지만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단다.

▼하성란 '어른을 위한 그림형제 동화 전집' ▼

가을해야,

‘어른을 위한 그림형제 동화 전집(현대지성사)’에 나온 것처럼 동화는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달콤한 것만 있는 게 아냐. 이 동화 속에는 네가 생각하기 싫은 부분도 있고 무시무시한 부분도 숨겨져 있단다. 그래도 네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건 네가 살아가야 할 곳은 동화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이기 때문이야.

그와는 정반대로 ‘빨강머리 앤’(시공주니어)도 추천하고 싶어.

살다보면 가끔은 동화의 세계도 필요하거든. 그런데 앤은 동화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친구 같이 느껴지고, 어른인 나도 가끔 앤한테서 영감을 받기도 한단다.

▼이진우 '위대한 마법사 오즈' ▼

호윤아, 지윤아.

할아버지가 계신 통영에 있는 서점 갈 때마다 놀이공원 온 아이들처럼 들떠 있는 너희를 보고 아버지는 참 미안하더라. 책 구경만 시켜주고 집에 가자고 손목 이끌 때, 아버지는 가슴이 메이더라. 책만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너희들에게 바닷가 가서 뛰어놀다 오라고 등을 떠미는 아버지가 밉기도 했을 게다. 아버지도 책 참 좋아한다. 그러나 시골살림에는 책값이 정말 부담스럽구나.

너희도 초등학교 1, 2학년이 되었으니 동화책은 그만 보고 아버지가 보던 책을 보렴. 책장을 잘 살펴보면 너희들이 읽을 책도 있을 게다. 맞다. ‘위대한 마법사 오즈’ 시리즈(문학세계사)! 재미있다. 읽어봐라.

▼이문재 '세밀화로 그린 나무도감' ▼

며칠 전 주말농장에 가서 심고 온 배추며 상추, 시금치, 아욱 씨앗들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벌써 파란 떡잎이 네 엄지 손톱만하게 자라 있을 거야. 보고 싶지?

아빠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자라나는 네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르겠다. 아빠가 자동차를 갖고 노는 네 앞에 세밀화로 그린 아기 그림책이나, ‘나무 도감’(보리)을 자주 펼쳐놓는 까닭을 알겠니? 가족과 이웃, 기계와 상품이 필요한 것 못지않게, 우리한테는 흙과 물, 태양과 바람, 풀과 나무, 곤충과 동물이 다 있어야 하는 거야. 주영아, 동식물 도감을 자주 보기를 바란다. 이름을 알아야 친구가 되는 것이다. 너, 얼마 전에 유치원 친구들이 네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지? 자연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저녁에 만나면, 아빠랑 또 나무이름 대기 놀이하자. 오늘은 네가 이기겠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