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사장 社內평가 "기대半 우려半"

  • 입력 2003년 5월 1일 19시 10분


“충격이다.” “개혁 의지가 보인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KBS 정연주 신임 사장(사진)의 행보에 대한 사내 평가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정 사장은 30일 부사장과 7명 본부장(임원)을 전원 교체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안동수 남산송신소장을 부사장에 임명했고 보도 제작본부장 등을 모두 바꿨다.

취임 3일 만에 이뤄진 전격 인사에 대해 “KBS 내부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아 준비한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임명된 한 고위 간부는 “2, 3일 전 추천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한 PD는 “파격 인사를 통해 개혁 의도는 보이나 전격 인사라는 점에서 ‘정보 제공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엇갈린 반응은 정 사장의 취임사에서도 드러났다.

‘KBS 동지 여러분’이라는 인사로 시작한 취임사는 “비리 연루자는 떠나라”를 비롯해 ‘비정상적인 언론’에 대한 KBS의 책무와 ‘인적 청산’을 위한 노조와의 협조 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국장급 간부는 “논지가 명쾌했으며 이 기회에 KBS가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간부는 “KBS가 어떻기에 외부에서 온 사장의 취임사가 동지로 시작하더니 점령군의 포고문처럼 끝나는가”라며 불편해했다. 특히 “취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많다”는 ‘오마이뉴스’의 평가는 앞으로 KBS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정 사장은 29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신문과 방송에 대한 편견과 ‘디지털전송방식’ 등 21세기 방송 환경에 대한 ‘공부 부족’을 인정했다.

정 사장은 일부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시장 독과점에 대해 “신문은 무제한 공급할 수 있으나 지상파는 채널이 제한돼 있어 같은 시각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구독료를 내는 독자를 치열한 시장 경쟁을 통해 확보해야 하지만 오히려 지상파는 수신료 외에 직접 부담이 없는 불특정 시청자를 향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공급이 가능하다.

정 사장은 미국 체류 18여년간 현지의 공영방송(PBS)을 많이 봤으므로 방송 비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송종길 박사는 “PBS는 많은 도시에서 대학 저널리즘학과가 운영하고 재원은 대부분 기부금이어서 ‘경영’이 필요 없는 방송”이라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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