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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9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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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비롯한 조계종 산하 전국 2000여개 사찰은 이번주 내로 '시주금을 뇌물로 둔갑시켜 불교로 음해하는 검찰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 예정이다.
일부 대형 사찰에서는 검찰의 적극적 해명과 사과가 있지 않을 경우 검찰 규탄대회까지 준비하는 등 이 전위원장 구속으로 인한 파장이 만만찮게 커지고 있다.
조계종은 이에 앞서 28일 총무원과 전국 24개 교구본사 주지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시주금을 뇌물로 둔갑시키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보도되게 해 사찰의 불사에 차질을 빚게 하고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불교의 명예를 훼손시킨 검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종단 대변인인 총무원 사회부장 현고 스님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순수한 마음에서 정상적이고 통례적으로 행한 권선 행위를 '제3자 뇌물수수 교사' 혐의로 구속한 것은 불교에 대한 음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자체 조사결과 이 전위원장이 SK 회장과 김창근 사장에게 시주를 권한 바는 있으나 공직을 이용한 강제나 승가사로부터 어떠한 반대급부를 받은 바도 없다는 것. 또 권선과 시주가 사적 채널이 아닌 서울 모 비구니사찰의 신도조직과 SK 간에 매우 투명하게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즉 10억원의 시주금이 경기 용인시 승려노후 복지시설 건립 기금으로 모두 사용됐으며 사찰에서 영수증까지 끊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SK사장이 직접 사찰 현장을 방문 확인했고 사찰은 SK를 위한 축원을 계속해오고 있는 등 통상 있을 수 있는 시주행위였다는 것이다.
한 불교 관계자는 "보통 대형 불사를 할 때에는 덕망높은 불자가 주변 유력자들을 찾아다니며 시주를 부탁하는 '화주 시주'의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번에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SK관계자로부터 "강요에 의한 시주"였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조계종쪽의 의도나 사정과는 무관하게 '제3자 뇌물 교사' 혐의로 충분히 구속할만한 사안이 된다는 것.
특히 SK가 시주 압력을 받았을 때 공정위에서 조사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전위원장의 얘기를 거절하기 힘들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조계종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대형 시주'가 한동안 위축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불자가 기업 등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주를 권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조계종이 너무 과민한 반응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이 이 전위원장 사건의 유탄을 맞은 감이 있지만 이 전위원장의 구속사안은 조계종과는 아무 관련없고 같은 일이 다른 종교를 상대로 일어났다고 해도 똑같이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조계종이 규탄 집회 개최 등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나서 한동안 검찰과 조계종의 관계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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