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

  • 입력 2003년 4월 25일 17시 40분


◇산은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박범신 지음/117쪽 6500원 문학동네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는 소설가 박범신의 첫 시집. 1993년 절필 선언을 하고 경기 용인시 ‘한터산방’에 머무르면서 쓴 시편들이다.

작가는 ‘자서(自序)’에 “더도 말고 오늘 하루, 나의 ‘시인’이 갑옷을 뚫고 나와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얼쑤절쑤 춤 한번 추고 가는 것,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지요”라고 썼다. 오랫동안 내면에서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지낸 ‘시인’을 풀어 놓은 작가는 왠지 쑥스러운 모양이나 김승희 시인은 “불과 몇 행 안 되는 짧은 시에 아주 넓고도 높고도 깊은 것들을 한 방으로 응축해 놓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글쓰기처럼 완전하게 혼자 해야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너무 고독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작가’라는 제목의 시에 그 마음이 담겼다.

‘우리집 젊은 진돗개는/어쩌다 목줄 풀어주면 아주 미친다/나는 너무 반듯하다/사랑하는 그 누구도 나의 목줄을 풀어주는 일 없다/나는 혼자 있을 때, 아주 미친다.’

시집에는 ‘불의 나라’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흰 소가 끄는 수레’ 등 작가의 소설 제목과 같은 시가 함께 실렸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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