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강한 인터넷, 건강한 사회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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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의 양적 성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질적 도덕적 투명성에서는 부끄러운 점이 많다. 특히 2002년 전체 인터넷메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스팸메일과 음란물이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 겁이 덜컥 날 정도다.

다양한 정보를 쌍방향으로 나눌 수 있는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 희망의 매체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식과 문화, 도덕적 규범이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는 그 역기능이 두드러지기에 이르렀다.

익명성에 숨어 터뜨리는 네티즌들의 언어폭력이 단적인 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에게 자기신분을 드러내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욕설과 명예훼손 사이버테러를 퍼붓거나, 파괴욕에 불타는 군중처럼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으로 몰아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패거리 네티즌의 편중된 인터넷여론에 의존하여 현실 정치가 전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인터넷을 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를 가르는 ‘디지털 디바이드’는 세대와 계층, 지역간의 깊은 골로 나누어진 우리의 마음을 한층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인터넷 문화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인터넷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도구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이 23개 기업 및 기관과 공동으로 전개하는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건강성을 회복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시민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인터넷시민 의식운동을 펼치고, 스팸메일을 양산하는 사업자를 감시하는 등 ‘인간의 얼굴을 한 인터넷’을 만드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건강한 인터넷 운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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