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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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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인재로 키우겠다는 우리 부모들의 열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비싼 교육비라도 아낌없이 지출하고 있으며 파출부를 해서라도 과외비를 마련하는 일은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을 잘 나타내 준다.
그러나 얼마 전 유아기 자녀와 어머니가 함께 노는 장면을 녹화해 우리나라 어머니의 자녀 지도 방식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리 어머니들은 자녀의 수준을 잘 알고 있지 못하며 자녀를 지도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퍼즐을 골라 주고 잘 할 수 있게 도와만 주도록 부탁드리면 항상 제일 어려운 것을 고르고는 엄마가 먼저 해 완성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다른 어머니들도 마찬가지로 자녀 지도에서 미숙함을 보이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는 지난 수년간 유아용과 아동용 지능검사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매우 어려운 역사 지식이나 용어를 이해하면서도 일상의 사물에서 빠진 곳이나 상식에 해당하는 사물의 모양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 했던 경험과 유사하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생활환경 속에서 직접 경험하는 산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일찌감치 ‘집 주소를 동, 호수 또는 번지까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만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목적지에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지식은 훨씬 뒤늦게서야 갖춘다.
영재교육에서도 이론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실제 생활 속의 문제에 적용하는 심화교육을 강조한다. 이러한 산 지식이 생산적인 창의력과 지적 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경험을 통한 학습은 가정에서 평소에 부모님에 의해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의 높은 교육열이 생활 속 경험으로 꽃피워야 할 것이다.
박혜원 울산대교수·아동가정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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