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한일 합작 '춘희'냐 토종 '라 트라비아타' 냐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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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서울의 봄은 ‘오페라의 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15일부터 5월31일까지 무려 7편의 오페라로 가득 찬다. 2001년 같은 기간 4편, 2002년 5편에 비해 무대의 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과감한 레퍼토리 실험이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7편 모두 매력과 인기가 검증된 명작이라는 점이 오페라 팬의 마음을 은근히 들뜨게 한다.

2건이나 되는 ‘레퍼토리 대결’도 음악팬의 호사 취미를 자극한다. 예술의 전당이 자체 기획프로그램으로 15∼21일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리는 데 이어 한국오페라단도 28∼30일 동일한 작품을 ‘춘희(椿姬)’라는 이름으로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4월24∼27일 푸치니 ‘투란도트’를 같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5월에 상암 월드컵공연장에서 공연되는 장이머우 감독의 ‘투란도트’를 오페라의 원형인 실내오페라극장에서 선도(先導)하는 셈.

양대 ‘레퍼토리 대결’ 중 예술의 전당과 한국오페라단이 제작하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춘희)의 주요 특징을 비교해 본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4·5월 주요 오페라 공연 일정
작품주최날짜
베르디 ‘아이다’제누스오페라단4.5∼8
푸치니 ‘라보엠’뉴서울오페라단4.14∼17
푸치니 ‘투란도트’국립오페라단4.24∼27
모차르트 ‘마술피리’베세토오페라단5.15∼20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국제오페라단5.27∼31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공연일정
주최일시입장권가격연락처
예술의 전당15일 오후 7시반
16일 오후 4시
17,19,21일 오후 7시반
2만∼8만원02-580-1300
한국오페라단28 29일 오후 7시반
30일 오후 7시
2만∼13만원02-587-1950

◇오페라의 ‘한일전’

한국오페라단의 ‘춘희’는 일본의 대표적 오페라단인 일본오페라진흥회(후지와라오페라단)와 공동제작으로 공연된다. 소극장 공연물이 아닌 대형 오페라가 한일 공동 개최로 무대에 오르는 일은 이번이 처음.

지휘자 히로카미 준이치 등 주요 스태프를 일본측이 맡고 주역급의 경우 ‘더블캐스팅’ 중 1명은 일본 성악가가 맡는다. 성악 부문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인 파워가 일본계를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비올레타 역의 데구치 마사코가 이탈리아 나치오날레 극장에서 도니체티 ‘루치아’로 대성공을 거둔 경력이 있고 알프레도 역의 이치하라 다로 역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7시즌이나 주역으로 출연하는 등 만만치 않은 열연을 기대하게 한다. 한국측에서는 알프레도 역 박기천(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단원)과 제르몽 역 바리톤 최종우가 출연한다.여기에 맞서는 예술의 전당도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을 자신한다. 비올레타 역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성은, 알프레도 역에 지난해 도밍고 콩쿠르 특별상 수상자이자 1999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팬 군단’을 이끌고 다닌 테너 김재형 등이 출연한다.

◇최고 비올레타 ‘나요 나’

두 공연 모두 세계무대에서 비올레타 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소프라노를 초청했다. 두 사람 모두 발칸반도 출신이라는 점도 우연한 공통점.

예술의 전당은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비올레타 역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불가리아 출신 다리아 타코바를 히로인으로 등장시킨다. 한국오페라단이 기용한 비올레타는 그리스 출신인 디미트라 테오도슈. 95년 데뷔 이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연속 공연으로 명성을 높였다.테오도슈가 출연한 라 트라비아타 DVD를 감상한 음악칼럼니스트 박종호씨는 “한마디로 ‘괴물’이다. 강렬하고 극적인 목소리로 어필하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전형”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타코바 역시 이탈리아에서 비올레타 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날렵한 ‘리리코 레지에로’ 소프라노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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