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신부 파문 이후 꽃동네 표정 "후원 줄었지만 사랑 넘실"

  • 입력 2003년 3월 1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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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장선화씨(오른쪽)가 한 원생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음성=장기우기자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장선화씨(오른쪽)가 한 원생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음성=장기우기자
9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 안의 ‘희망의 집’.

오웅진(吳雄鎭) 신부의 후원금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오 신부가 최근 꽃동네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있었지만 1년 이상 이곳에 머물며 장기봉사를 하고 있는 7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원생들을 보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체장애인 200여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5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장선화씨(48)는 연방 도움을 요청하는 원생들을 찾아다니느라 잠시라도 쉴 틈이 없었다. 방 청소와 대소변을 치우는 등 궂은 일이 대부분이지만 한순간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씨는“솔직히 요즘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꽃동네 수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6년째 봉사활동을 해온 박정호씨(48)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꽃동네 전체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원생들은 모두 이곳을 변함없이 ‘천국’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꽃동네는 오 신부에 대한 검찰수사 사실이 알려진 뒤 후원회원의 탈퇴가 늘고 있고 자원봉사자 수도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85만여명의 회원 가운데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탈퇴가 확인된 사람이 2000여명.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20∼30% 정도 줄어들었다. 각급 학교가 개학하면서 봉사자들의 주를 이루던 청소년들이 찾아오지 않는 탓도 있지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천국’으로 인식되던 꽃동네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꽃동네 사무실의 박 마테오 수사(43)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꽃동네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도 덩달아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검찰수사가 빨리 진행돼 예전과 같은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2500여명의 정신지체장애인, 부랑자, 알코올 중독자 등과 300여명의 수도자, 상근 봉사자들이 동요하지 않고 서로를 가족처럼 의지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학교와 기업체 등의 단체연수를 맡고 있는 꽃동네 안의 ‘사랑의 연수원’에도 내년의 연수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사랑의 연수원 연수담당자인 전 바로톨로메오 수녀는 “이미 내년 연수의 50% 이상 예약이 끝난 상태이며 지금도 계속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꽃동네 회장직을 영구 사임한 오 신부는 8박9일간의 피정(避靜·일상생활의 모든 일에서 벗어나 장시간 동안 조용히 자신을 살피며 기도하는 일)에 들어갔다고 꽃동네 관계자는 전했다.

음성=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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