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킴이]“철철 넘치는 40年우정… 우린 仁術동지”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49분


공통점이 많은 40년지기인 이철 연세의료원 기획조정실장(왼쪽)과 이철 울산대병원장이 오랜만에 만나 추억을 떠올리며 파안대소하고 있다.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공통점이 많은 40년지기인 이철 연세의료원 기획조정실장(왼쪽)과 이철 울산대병원장이 오랜만에 만나 추억을 떠올리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한자 ‘哲’과 ‘喆’은 모양은 다르지만 둘 다 ‘밝을 철’로 음과 훈이 같은 글자다.

울산대병원 이철(李哲) 원장(정신과)과 연세의료원 이철(李喆) 기획조정실장(소아과)은 이름에 쓰는 한자의 글자꼴과 얼굴 생김새는 다르지만 똑같은 이름처럼, 똑같은 실력파다.

얼굴에서 온건하고 성실한 삶의 풍미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닮았다. 두 사람을 모두 본 사람은 이미지가 너무나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실 이 원장과 이 실장은 경기고 63회 동기 동창생(1964년 입학)으로 1,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동기생 중에는 정치인 이철 전 의원을 포함해 세 명의 ‘철’이 있었다.

두 사람은 학창시절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등하교했다. 친구들이 뒤에서 “어이∼이철”하고 불러 누군가가 뒤돌아보면 “너말고!”하고 놀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과외공부도 같이 받았다.

“과외 1세대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지금의 과외와는 달리 정이 있는 시간이었어요.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마시길 빕니다.”

두 사람은 모두 대학 때 사진에 심취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다.

이 원장은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동아사진살롱에 입선했으며, 이 실장은 의대 사진반장을 맡았고 무의촌봉사 사진전이 월간 ‘신동아’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감각으로 이 원장은 서울아산병원 부원장 재직 때 ‘병원 10년사’를, 이 실장은 연세의료원 안내책자를 사진 중심의 파격적이고 시원한 디자인으로 제작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음악과 오디오에도 조예가 깊은, 멋을 아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대학 때에도 이 원장이 다닌 서울대와 이 실장의 연세대를 오가며 이어졌다. 방학 때는 함께 여행도 갔고 미팅도 함께 했다.

우정은 의사가 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이 원장이 82∼85년 스위스, 이 실장은 84∼86년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만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은 계속 만났다.

87년부터는 동기생 6명이 부부 동반으로 매년 모임을 갖고 있다. 이 모임에는 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 영풍전자 장병택 사장, 강규욱 치과의원장과 간 이식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 등이 있다.

두 이철 교수는 탁월한 병원 행정가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이 원장은 서울아산병원 교육부원장을 맡으면서 이 병원의 수련시스템을 전국 최고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전문의 시험에서 23개 과 중 6개 과 수석을 배출해 단일 병원 1위를 차지했고 전국 40개 의대 중 16개 대의 수석 졸업생이 인턴을 지원해 화제를 모은 1급 수련병원이다.

반면 이 실장은 연세의료원 산하 15개 기관의 업무를 조정하는 막중한 일을 맡아 ‘선교 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병원’ ‘설명 잘하는 병원’ 등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현재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무료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몽골에 연세친선병원을 세웠다. 또 신촌 병원자리에 연건평 5만1000평의 새 병동을 짓고 있는데 이 실장은 이 모든 일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의사로서도 뛰어난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원장은 ‘융’학파의 분석심리학에서 국내에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부장, 학술분석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신분석을 제대로 하려면 의사도 심층 정신분석을 받아야 하는데 스승인 이부영 전 서울대 교수에게서 정신분석을 받았어요. 그때 저의 마음에도 부끄러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전의 완벽하고 강박적인 행동에 여유와 부드러움이 스며 들어왔습니다.”

이 실장은 미숙아 치료 분야에서 대가로 꼽힌다.

그는 “얼마나 작은 미숙아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위해 미숙아가 태어나면 두 돌까지 지능 및 운동발달 검사를 받게 하는 등 장애를 조기 발견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는 또 87년 미숙아를 가장 괴롭히는 호흡곤란을 치유하기 위해 ‘서팩턴’이라는 약을 국내 처음으로 사용해 미숙아 생존율을 높였다. 97년에는 이 약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특히 2001년 광우병 파동으로 외국 치료제 수입이 중단됐을 때 그가 개발한 국산 약 ‘뉴팩턴’ 덕분에 수많은 어린 싹들이 생명을 찾을 수 있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이실장이 권하는 육아법▼

①예비 엄마는 결혼 첫날부터 금주, 금연=부부관계 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단 한 잔의 음주도 태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②모유로 아기를 키워라=소에게는 소젖(우유), 사람에게는 사람 젖(모유)을!

③면 기저귀를 써라=종이 기저귀는 통풍이 되지 않아 불편하고 발진의 원인이 된다.

④이유식에 대한 조급증을 버려라=이유식은 이가 나온 뒤 죽부터 시작한다. 이유식은 반드시 숟가락으로 먹여야 하며 젖병으로 먹이는 것은 이유식이 아니다. 그러나 이가 나온 이후에도 계속 우유나 모유를 먹이면 철분 결핍 빈혈이 발생한다.

⑤기어다니는 아기가 있으면 애완동물을 키우지 말라=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고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⑥어릴 적부터 개인 위생 교육을 철저히=화장실에 다녀온 뒤나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게 할 것.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는 반드시 항문을 깨끗이 씻은 뒤 탕이나 풀에 들어가도록 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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