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콜라겐 먹으면 주름이 펴진다?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43분


《직장인 L씨(여)는 며칠 전 ‘10분이면 얼굴 주름이 펴진다’는 제목의 광고메일을 받았다.

L씨는 혹시나 하는 기분으로 메일을 열었다. 건강보조식품 판매회사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이 회사에서 홍보하고 있는 제품은 ‘콜라겐 껌’. 일본 동경의과학연구소에서 임상시험 결과 시험대상자 전원이 피부가 개선됐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최근 ‘먹는 콜라겐’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콜라겐 식품은 종류도 우유, 분말, 껌 등 다양하다.

어떤 업체는 과자로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보였다.

이들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성분인 콜라겐이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주름살과 기미 주근깨를 제거하는 데다 관절까지 강화시켜 준다는 주장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실제 피부개선 효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소비자의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인가 의약품인가=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먹는 콜라겐’ 제품은 수십 종에 이른다. 주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약국에서 취급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며 국내에서 자체 개발된 제품도 간혹 볼 수 있다.

이들 제품에 콜라겐이 들어 있다고 해서 의약품으로 생각하거나 기능성 식품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보조식품으로 생각하지만 이 역시 틀린 생각이다.

현재 판매 중인 ‘먹는 콜라겐’ 중 대표적인 것이 광동생활건강에서 개발한 ‘에크포우’와 일본에서 수입된 ‘콜라겐XN’ 등 분말 형태로 된 제품들. 태평양에서 출시한 먹는 영양제 ‘퓨어C밸런스’는 알약으로 돼 있으며 서울우유에서 출시한 ‘미즈’는 요구르트 형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이들 제품은 대부분 ‘기타 가공식품’으로 분류돼 있다. 즉 피부 개선효과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콜라겐이란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만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식약청 식품규격과 권기성 과장은 “먹는 콜라겐 제품들이 특정용도, 가령 피부에 좋다는 내용의 광고를 한다면 이는 과대광고로 규제대상이다”라고 말했다.

▽피부개선 효과 있는가=먹는 콜라겐 제품을 개발했거나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은 “피부에 남아있는 죽은 콜라겐을 대체하기 때문에 피부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학자들이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콜라겐 자체가 피부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먹을 경우 위와 장을 거치면서 다 흡수돼 피부로 흘러가는 양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의학자들은 업체측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연세대 피부과 정기양 교수는 “만약 먹는 콜라겐이 피부개선에 실제 효과가 있다면 이미 세계피부연구학회나 미국피부학회에 보고되고 관련 학술지에도 소개가 됐을 것이다”며 “그러나 그런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동석 전문의도 “미국 유럽 등에서도 콜라겐이 공인돼 약으로 쓰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피부가 좋지 않다고 콜라겐을 먹는 것은 빈혈이 있다고 피를 마시거나 골다공증이 있다고 뼛가루를 마시는 것과 차이가 없다”면서 “그런 인식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콜라겐을 이용해 인공성형재료를 개발하고 있는 한 바이오벤처기업의 연구실장도 “콜라겐을 먹었을 때 피부개선효과가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동생활건강측은 “콜라겐을 먹었을 때 직접 피부로 가는 것에 대한 논문이나 연구결과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피부 노화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에서 ‘콜라겐XN’을 수입 유통하고 있는 제이앤씨의 대표 김정남씨도 “일본의 한 방송에서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당장 효과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피부 탄력성이 좋아지고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콜라겐이란▼

섬유상태의 단백질로 피부와 뼈, 힘줄 등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이다. 콜라겐은 이외에 혈관이나 심장 등 각 기관의 조직을 구성하기도 한다. 우리 몸 속에는 단백질이 약 20% 포함돼 있는데 콜라겐은 이 중 30%를 차지하고 있다. 콜라겐의 종류는 어림잡아 20여종에 이르며 피부를 구성하는 것은 주로 ‘제1형 콜라겐’이다.

콜라겐은 피부를 튼튼하게 하고 햇빛에 피부가 손상됐을 때 재생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콜라겐의 양이 줄어들어 피부노화 주름살 기미 검버섯 등이 생기게 된다. 이 밖에 잇몸이 헐거나 근육통 등이 발생하는 것도 콜라겐 부족에 어느 정도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콜라겐은 주로 동물의 힘줄과 뼈, 피부에 많이 분포해 있기 때문에 돼지껍질이나 꼬리곰탕, 도가니탕 등의 음식에 많이 들어 있다. 또 생선이나 닭날개 등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불가사리에서 콜라겐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건강한 피부 유지를 위한 10계명▼

① 과음과 흡연을 피한다.

②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③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한다.

④ 과도한 사우나는 금하고 때를 밀지 않는다.

⑤ 매일 30분씩 운동한다.

⑥ 하루 3컵 이상 물을 마신다.

⑦ 목욕 후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꼭 보습제를 바른다.

⑧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⑨ 야외 활동시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거나 모자를 쓴다.

⑩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해 사용한다.

(도움말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미우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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