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만화]'만화의 역사' 만화가 '제9의 예술이 되기까지…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18분


◇만화의 역사

로저 새빈 지음/김한영 옮김/240쪽/글논그림밭/4만5000원

만화를 가볍게 즐기면서 가장 애독하던 세대가 자라나 문화 마니아로 고정확대되면서 만화라는 문화미디어는 다시 평가받게 됐다. ‘제9의 예술’이라는 공식적인 직함을 부여받고 만화는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는 객관적 단계에 돌입한다.

키치 단계에서의 대중적인 문화미디어가 독립적인 예술장르로 격상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이론적 연구와 역사적 단계분석, 그리고 장르개념화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민중운동과 더불어 만화운동이 본격화되었으며 만화평론과 역사연구를 통해 국내 만화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이어 1990년대 후반 이후 지금까지 국내 만화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만화의 평론서와 작가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초의 만화책으로 인정받는 ‘앨리 슬로퍼의 반나절 휴일’의 표지. 이 만화책은 19세기 말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노동자를 모델로 했다./사진제공 글논그림밭

‘만화의 역사’는 이전에 출간되었던 스콧 매클루드의 ‘만화의 이해’ ‘만화의 미래’의 뒤를 잇는 핵심적인 만화이론서이다. ‘만화의 이해’가 이론적 펀더멘털을, ‘만화의 미래’가 이론적 비전을 제시했다면 ‘만화의 역사’는 역사적 구분을 통한 장르의 명확한 구분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못했던 영국과 미국의 만화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화연구의 중요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현재 만화문화는 본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캐리커처’가 영국의 ‘카툰’으로 계승되고, 미국의 ‘코믹스(Comics)’로 확대되면서 형성됐다. 따라서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고전만화의 장르적 연구는 이론의 체계화를 위한 기초자료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만화라는 문화미디어의 범위를 예술적 가치로 확대해 신문, 잡지, 문화운동, 그래픽소설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제시한 시도는 연구자들에게 만화에 대한 이론연구의 숙제를 남겨주는 기능적인 선행연구로 평가된다. 특히 언더그라운드 만화운동인 ‘코믹스(Comix)’의 공식적인 개념화와 역사적 분석은 만화의 저항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했던 시대적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만화는 시기별로 스타 작품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사유를 내재하고 있으며, 다른 문화미디어보다도 한 시대를 이해하는 바로미터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므로 만화의 역사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장르연구는 이론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어떤 문화미디어보다도 연구 과제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가 만화라는 것을 이 책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스파이더맨/드래곤볼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 예술대 강사인 저자가 정성껏 모아 수록한 600여개의 도판만 봐도 만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만화애니메이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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