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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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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은 원래 외국인이나 장기투숙객들을 대상으로 한 ‘레지던스 호텔’. 최근에는 ‘주말 1박2일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지난해 말에는 예약률 100%를 기록했고, 비수기로 분류되는 1월의 주말도 예약률이 80%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프레이저 스위트’, 서초구 서초동 ‘코아텔’ 등 다른 레지던스 호텔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같은 ‘시티 리조트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교외의 휴양지 대신 도심 속에서 휴양하는 사람들이다.
▽도시는 새로운 휴양지=멀리 떨어진 관광지를 다녀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자 불안 요소인 만큼 단기간의 휴식이라면 굳이 교외 혹은 ‘자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도심의 ‘대중사우나’들도 대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생긴 ‘주양보석불가마’는 옥외에서 선탠과 사우나를 즐기는 ‘노천탕’을 설치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금요일 저녁이면 2000명 안팎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대학생 회사원들의 MT, 가족 친지들의 생일파티까지 열린다. 1000평 규모에 대형 TV는 물론 PC방 어린이놀이방 식당까지 갖췄다.
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는 3월에 사우나 마사지(스파) 뷰티숍 디스코텍 꽃집이 합쳐진 복합휴양공간 ‘크리스티앙 또뚜’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곳은 경기나 강원의 리조트, 콘도단지를 연상케 하는 휴양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주5일 근무와 소프트산업의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5일 근무의 초기 정착단계로 ‘커쿤(cocoon·누에고치)’형을 예상했다. 실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해외여행도 도시에서=해외여행자들도 관광지 순례보다는 ‘시티 리조트’를 찾는 데 힘쓴다. 캐세이패시픽의 경우 쇼핑몰 외식타운이 밀집한 시내 중심가의 호텔과 왕복항공편만을 제공하는 여행상품 ‘홍콩슈퍼씨티팩’, ‘타이페이씨티팩’ 등을 마련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당일 이 항공사 홍콩행 탑승고객의 최고 25%가 이 패키지를 이용한 적도 있었다. 마케팅 당담 이용미 이사는 “2, 3년 전만 해도 비즈니스 출장을 위한 손님들이 주로 이용했을 코스였으나 최근에는 ‘도시의 안락함’을 찾는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김정운(金珽運) 교수는 “주5일 근무로 2박3일 정도의 ‘상시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빈번한 원거리 여행은 업무의 ‘리듬’을 깰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다”며 “이로 인해 시간을 절약하면서 쉴 수 있는 ‘도심휴양’이 틈새시장으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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