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麻 中 蓬 直(마중봉직)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33분


麻 中 蓬 直(마중봉직)

麻-삼 마蓬-쑥 봉 端-끝 단

馳-말달릴 치遷-이사갈 천 整-가지런할 정

독자의 문의가 있었다. 7순 노인이신데 60여년 전 초등학교 때 교장선생님이 전근가시면서 말씀하신 ‘삼과 쑥’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최초로 인간의 本性(본성)을 논한 이로 孟子(맹자·B.C 372∼B.C 289)와 荀子(순자·B.C 336?∼B.C 236?)를 꼽는다. 얼핏 孔子(공자)도 언급했음직 하지만 사실 그는 人性(인성)이니 天道(천도) 따위와 같은 形而上學(형이상학)적인 문제에는 통 관심이 없었다. 한가롭게 그런 것을 논하기보다는 혼란에 빠진 세상을 바로 잡는 것이 그에게는 더 急先務(급선무)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각기 性善說(성선설)과 性惡說(성악설)을 주장했다. 곧 孟子에 의하면 人性은 본디 善하므로 그 善端(선단·善한 씨앗)을 심고 잘 가꾸어 擴大再生産(확대재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荀子는 人性이 본디 惡하므로 人爲的(인위적)으로 善하게 바꾸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주장이 정반대로 背馳(배치)되었지만 敎育을 중시했다는 공통점은 가지고 있었다. 과연 孟子는 최초로 ‘敎育’(교육)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으며 荀子는 중국 최초로 勸學篇(권학편)을 써서 교육과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孟子가 말한 善端의 ‘擴大再生産’이나 荀子가 강조한 人性의 ‘人爲的’인 改造는 모두 敎育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가능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을 열심히 가르치면 더 더욱 착하게 되며 악한 마음씨도 착하게 바뀔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교육에는 주변 環境(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한 법, 두 사람은 敎育의 環境을 중시한 것도 일치했다. 孟子의 경우, ‘孟母三遷’(맹모삼천)의 고사에서 보듯 그는 일찍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體得(체득)했던 셈이며 荀子 역시 勸學篇에서 교육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蓬生麻中, 不扶而直’(봉생마중, 불부이직)-쑥이 삼 속에서 함께 자라면 가만히 두어도 곧게 자란다. 줄여서 ‘麻中蓬直’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쑥이란 놈은 제멋대로 자라며 키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삼은 3미터는 족히 넘는 데다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놈을 삼 밭에 심어두면 곧게 자라는데 그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絶妙(절묘)한 比喩(비유)와 整然(정연)한 논리는 천고의 명문장으로 손색이 없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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