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이행자 회장 "올 창립 80주년…탁아해결 온힘"

  • 입력 2002년 12월 6일 17시 49분


이행자 회장
이행자 회장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성단체인 서울 YWCA가 9일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3·1운동을 계기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되면서 1922년 12월 9일 승동교회에서 김활란 유각경 등 신여성 30여명이 모여 만든 ‘경성여자기독교청년회’를 출발점으로 한 서울 YWCA의 역사는 곧 한국여성의 근대사이기도 하다.

임기 2년의 회장직을 재임하고 내년 초 이임하는 이행자(李幸子·61·사진) 회장은 “격동의 한국사 속에서 80년 동안 살아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60년대까지만 해도 축첩제도 반대가 여성 운동의 주요 이슈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 YWCA는 창립초기부터 조혼이나 공창제 폐지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슈를 제기했다. 경제성장과 산업화 기간에는 주로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시청료 거부운동, 바른 결혼문화정착운동 같은 생활운동으로 전환해 왔다. 80년 생존의 비결은 이처럼 시기마다 유연하고 폭넓은 이슈들을 제기하면서 늘 그 시대 기층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남편(이태섭 전 자민련 부총재·국제 라이온스협회 제1부회장)을 따라 미국에 갔던 이 회장은 미국 여성들이 시간만 나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73년 귀국하자마자 경기여고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YWCA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두 번의 회장선거에서 모두 만장일치 찬성을 얻어 당선된 ‘골수 Y’ 사람으로 손꼽힌다.

“서울 명동에 YWCA건물을 새로 지어 둥지를 만든 일이 재임 중 제일 보람 있었던 일”이라고 회고하는 이 회장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요즘, 탁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다며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둘째 며느리를 걱정하는 시어머니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고민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YWCA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9∼12일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대강당에서 기념예배(9일 오전 11시), 심포지엄(10일 오후 2시), 회원가요제(12일 오후 7시)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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