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죽음도 부르는 성형 후유증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25분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성형수술을 하기 전에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성형수술을 하기 전에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4월에 유방확대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 의사에게 유방에 이상이 있다고 말했지만 조금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오른쪽 가슴이 계속 딱딱해졌는데 8월이 돼서야 병원에서는 부작용을 인정했습니다. 약을 복용하고도 나아지지 않아 결국 11월에 처음 수술시간의 3배나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죠. 이일로 직장도 그만두고 모든 게 엉망이 됐습니다.” “5월에 지방흡입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뒤 한 팔이 수술로 화상을 입어 얼룩덜룩해졌습니다. 화상을 입은 쪽이 더 가늘어 팔이 짝짝이가 됐어요. 한 여름 내내 긴 팔을 입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 의료소송사이트(www.medcon.co.kr) 게시판에 올려진 글들이다. 최근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마이클 잭슨의 일그러진 얼굴은 성형수술의 부작용이라는 이슈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냈다. 성형수술은 정말 그렇게 위험한 것일까?》

▽부위별 부작용〓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부위는 눈이다. 당연히 눈 수술의 부작용이 가장 많고 재수술도 많다. 쌍꺼풀을 한 뒤 눈이 짝짝이가 되거나 눈꺼풀이 늘어진 것을 잘라냈다가 눈이 감기지 않는 게 주요 부작용.

잭슨의 코에서 드러나듯 코를 무리하게 높이면 코끝의 피부가 얇아지고 심하면 피부가 괴사한다. 심지어 보형물이 삐져나오기도 한다.

유방확대수술은 모양이나 높낮이가 비대칭이 되는 부작용이 가장 흔하다. 환자의 해부학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같은 방법을 적용한 결과다.

네오 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수술은 잘 됐는데 드물게 의사가 꿰매다가 외피를 건드려 보형물이 터질 수도 있고 수술 받은 100명 중 5명은 10년이 지나면 보형물의 외피가 마모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슴이 딱딱해지는 ‘구형구축’ 현상이 발생한다.

안면윤곽수술은 다른 성형에 비해 비교적 큰 수술이다. 서울성형외과 김현철 원장은 “수술시 의사 실수로 안면을 지나는 동맥을 자르는 경우가 있으며 출혈이 다른 성형수술에 비해 많은 편이고 간혹 양쪽 얼굴이 비대칭이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흡입을 할 때는 지방이 고르게 흡입되지 않아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기도 하고 수술시 화상을 입기도 한다.

코수술을 7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잭슨은 최근 성형수술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른쪽이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죽을 수도 있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 법의학 과장은 최근 몇 년간 성형수술 때문에 숨진 사람의 시신을 몇 건 부검했다.

뼈를 깎으면 피부의 출혈과는 달리 쉽게 피가 멎지 않는다. 뼈에서 피가 계속 ‘스멀스멀’ 나오기 때문이다. 턱을 깎은 한 20대 여성은 수술 뒤에도 안에서 출혈이 멎지 않아 피가 목 근육을 타고 내려오다가 목을 짓눌러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여성은 지방세포가 혈관에 들어가 돌아다니다 폐에 들러붙어 지방색전증을 일으켜 사망했다. 그 외에도 주름살 제거를 위해 안면 근육을 당겨 머리에서 꿰매는 수술을 받던 여성은 출혈이 멎지 않아 숨졌다. 가슴확대 수술을 하다 마취주사의 쇼크로 사망한 여성도 있다.

▽원인과 해결책〓가장 큰 원인은 끝없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그 자체다. 여러 번 수술을 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다. 경험 많은 전문의들은 성형중독증 환자가 오면 환자와 의사 자신을 위해 조용히 돌려보낸다.

의사의 실수도 무시할 수 없다. 의사의 선택은 성형수술 성공의 반 이상을 결정한다. 흔히 ‘경험 많은 전문의를 찾아라’고 충고하지만 선택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김현철 원장은 “성형수술은 마술이 아니다”라며 “분명히 ‘된다’와 ‘안 된다’를 말해주는 의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성형수술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일 뿐 누구에게 ‘권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수술은 사전에 마취안전성검사를 하고 수술 도중에도 모니터링을 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신극선 성형외과 원장은 “극히 일부지만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미장원이나 찜질방에 속칭 ‘삐끼’를 보내 환자를 끌어 모으고 싼값에 많은 사람에게 수술을 해주는 곳도 있다”며 “그렇게 수술 받으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성형수술이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부작용이 더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수술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만 성형수술은 예뻐지려고 하는 것인데 잘못되면 더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국과수 이한영 과장)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성형중독증 “외모 멀쩡한데도 이상하다고 생각”▼

성형중독증은 정신질환인 ‘신체이형(異形)장애’에 속한다.

신체이형장애는 외모가 멀쩡한데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사소한 결함에 집착해서 생활이나 일에 지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일부 의학자들은 뇌의 분비 물질인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절반에게서 증세가 감소되는 점을 근거로 세로토닌 분비 시스템의 이상을 원인으로 추정한다.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은 키, 몸매, 성기 크기 등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외모 강박적 사회”라면서 본질보다 외형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환자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10대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팔이 삔 상태에서도 운동에 매달리는 독특한 형태의 신체이형장애가 나타나고 있다.

신체이형장애 환자는 우울중, 불면, 불안장애, 강박적 인격장애 등이 동반된다. 사회생활을 기피하는 사람도 많다.

환자들은 대부분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고 피부과, 성형외과 등을 전전하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억지로라도 정신과에 데리고 가야 한다.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족도 외모를 중시해서 오히려 환자의 증세를 부채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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