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괜한 고민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6시 11분


양창순
30대 중반의 한모씨. 평소 한 번이라도 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를 본 사람이 없었다. 늘 무슨 문제가 그리 많은지 인상을 쓰고 있지 않으면 한숨을 푹푹 쉬며 사는 걸 고달파했다. 그러나 막상 얘길 들어보면 특별하게 그럴 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남들 버는 만큼은 버는 샐러리맨이었다. 덕분에 부자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살아갈 만은 했다. 살림솜씨 야무진 아내에 아이들도 건강했다. 정작 그 자신은 고달파하는 인생이었지만, 누가 봐도 뭐 하나 모자랄 게 없는 것 또한 분명했다.

그런데도 유난히 그가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진 듯이 구는 건 남보기에 좀 우스웠다. 재미있는 건 그가 가장 신경쓰는 게 바로 남들 시선이란 점이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지금보다는 나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걸 이루지 못했으니 자기 인생은 실패했으며 남들도 그런 자신을 비웃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별것 아닌 일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도 그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았다.

“좀 쉽게 생각해. 이 세상에 도대체 자기 야망대로 다 실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어딨어? 최대한 노력은 해본다는 게 중요하지. 그런데 당신은 그것도 아니잖아. 머리 싸매고 고민만 했지, 실천하는 과는 아니니까.”

아내의 그런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늘 많은 문제와 고민에 짓눌려 지냈다. 문제 자체보다도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더 문제가 있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수많은 날들을 수없이 많은 문제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똑같은 문제를 두고도 유난히 더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결코 현실에서 일어난 문제를 문제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온갖 억측과 불안을 더해서 문제를 더욱 크게 부풀리곤 한다. 그러다 보니 늘 온갖 근심 걱정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것이다.

이런 타입은 우선 문제를 확대해서 보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지금 현재 내게 일어난 문제를 딱 그만큼만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마음이 편해지면 집중력이 생기고 집중력이 생기면 문제 해결의 길도 보이는 게 세상 이치다.

살아가면서 문제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극복하는 길은 있다. 바로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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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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